박근혜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열린 2일 오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회기 결정의 건을 표결 처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 의원 “총 운운한 적 없다”, 체포동의안엔 ‘총 언급’ 나와
김 의원 “5월 RO 모임 없었다”, 뒤늦게 “정세 강연 참석”
당 일각 “신뢰 훼손 자초…앞뒤 맞지 않는 말 하지 말아야”
김 의원 “5월 RO 모임 없었다”, 뒤늦게 “정세 강연 참석”
당 일각 “신뢰 훼손 자초…앞뒤 맞지 않는 말 하지 말아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2일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에 자신이 한 발언으로 적시된 ‘철탑 파괴’, ‘사제폭탄’ 등 녹취록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없이 “조작됐다”고만 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내란음모를 꾸몄다고 혐의를 두고 있는 ‘이석기 5월 모임’의 존재와 참석 사실, 강연 내용 등 잇따라 터져나온 의혹에 대해 그동안 거듭 “날조”라고 주장했지만, 체포동의안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자 “기조와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말을 바꿨다.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김재연 의원도 ‘이석기 5월 모임’의 존재와 참석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가 뒤늦게 모임에 참석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런 행태가 오히려 의도적인 거짓말 아니냐는 논란을 촉발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의 말바꾸기는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이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시작됐다. 전날 온종일 잠적했다가 나타난 이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상상 속의 소설”이라며 “날조”, “모략”이라고 일축했다.
또 이 모임 토론 과정 등에서 이른바 ‘총기 발언’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해명 요구가 빗발치자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연만 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강연 뒤 토론 과정에 있지 않아서 어떤 발언이 나왔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안을 보면, 이 의원은 강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마무리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총’, ‘한자루 권총사상’ 등을 언급하고,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며 철탑 파괴나 사제폭탄 등 테러까지 언급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강연만 끝내고 떠났다는 등의 해명이 거짓말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여전히 구체적인 설명 없이 “전체 말의 기조 그리고 분위기가 중요한데 몇몇 단어를 가지고 짜깁기를 했다”며 앞서 제기했던 ‘날조’ 주장을 되풀이했다.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설명하는 대신 한데 뭉뚱그려 ‘취지를 왜곡해 조작했다’는 식으로 넘기려 한 것이다.
말바꾸기나 추상적 답변으로 상황을 그때그때 모면하려는 태도는 이 의원만 보인 것이 아니다. 진보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재연 의원은 1일 보도전문 채널 <뉴스 와이>에 출연해 “국정원이 얘기했던 것은 아르오(RO) 지하조직의 비밀회합 모임이며, 그런 모임은 없었고 당연히 가지도 않았다는 말을 한 것이고, 제가 참여했던 행사는 5월 정세 강연 자리였다”고 했다. 5월12일 모임을 다른 모임으로 착각해 부인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앞서 지난달 30일 <기독교방송>(CBS)에 출연해 ‘이석기 5월 모임’에 참석했느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그런 모임이 없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나”라며 모임의 존재와 참석 사실을 전면 부인했었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의 이런 행태를 두고는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통합진보당의 경기지역 관계자는 “최소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역위에서 활동하는 당원도 “평화를 주장하는 자리였다면서 총, 기관 접수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비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실체와 파장은? [한겨레캐스트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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