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서 원내 교두보 확보”
이의원 5월모임 발언 근거 제시
진보당 “터무니없는 주장” 일축
이의원 5월모임 발언 근거 제시
진보당 “터무니없는 주장” 일축
2일 국회에 제출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면, 국가정보원은 이 의원이 지하혁명조직 RO(아르오·일명 산악회)를 만든 뒤 진보당을 ‘남한사회주의혁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글자 그대로 당의 ‘얼굴’이었을 뿐 실제론 ‘이석기 당’이었고, 아르오의 혁명 완수를 위한 합법적인 활동 공간으로 이용됐다는 게 국정원의 의심이다.
국정원은 ‘이석기 5월 모임’에서 이 의원이 “지난해 4·11 총선 그리고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그런 전략적 구도하에 대담한 혁명의 진출을 했고…”라고 한 발언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모임의 사회자인 김홍렬 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이 의원을 “이석기 대표님”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국정원은 이 장면에서 통합진보당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누구인지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일보>에 공개된 ‘이석기 5월 모임’ 녹취록을 보면, 이 의원은 이정희 진보당 대표가 지난 4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반대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해 “현 정세를 바라보는 편향된 대표적 사례”라고 노골적으로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현 조성된 위기의 본질이 조-미(북-미) 간의, 특히 외래 제국주의에 의한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범하는 데 대한 행위로 보는 게 아니라 북에 있는 것처럼 오도할 수 있는 정치적 실책을 범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진보당 관계자는 “5월 모임엔 당의 현역 의원으로 김재연·김미희 의원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런 탓에 최근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분전’한 이상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모임에 자신이 빠진 것을 두고 “내가 아무래도 당권파의 성골이나 진골이 아닌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당은 ‘아르오’란 존재가 없을뿐더러, 당이 혁명을 위한 ‘아르오’의 대중조직이라는 국정원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보당이 (아르오의) 최전선, 교두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진보당에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자와 진보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모인 당이다. 당의 공식 입장은 (이 의원의 의견이 아니라) 당론으로 정리돼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모임도 경기 지역 당원들이 모였기 때문에 서울이 연고지인 이정희 대표, 이상규 의원 등이 참석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국민티브이> ‘노종면의 뉴스바’에 출연해 “경기도당 위원장이 임원들과 협의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경기도당 몇몇 당원을 모아 정세 토론을 하기 위해 모은 것”이라며 지도부가 배제된 이석기 의원 중심의 비밀모임 의혹을 부인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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