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무실로 데이터 분석장비 등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압수수색 표정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28일 밤늦도록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통합진보당은 영장에 기재된 내란 혐의를 받아들일 수 없고, 압수수색에 대한 이 의원의 입장표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정희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한 20여명의 당직자가 이 의원 집무실 앞에서 국정원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밤 자정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어 정치권에선 도주설 등 온갖 억측도 쏟아졌다. 이 의원은 8월 국회가 회기 중이라 불체포 특권이 있는데도 설명이나 해명 없이 모습을 감춘 상태다. 홍성규 대변인은 “변장하고 도주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며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 당직자 등 10명을 대상으로 한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은 이날 아침 전격 개시됐다. 6시30분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20호실 이 의원 사무실 등 17곳에서 연쇄적으로 이어졌고, 국정원은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 3명을 체포했다.
국정원은 아침 7시50분께 국가정보원 수사관 20여명을 국회 의원회관 5층으로 보내 이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압수물을 운반할 여행용 가방과 함께 ‘모바일 포렌시카’라고 적힌, 스마트폰·개인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복원·분석하는 포렌식 기기까지 동원했다. 국정원은 또 이석기 의원의 사무실 집기 일체, 우위영 수석보좌관의 신체 및 사무실 집기 일체 등으로 압수수색 대상을 둘로 나눴고, 이에 따라 2개팀을 동원했다.
국정원에서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한 의원 보좌진은 곧바로 변호사 입회하에 압수수색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 담당자는 “대기하는 동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압수수색 진행 전 현장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고, 의원실 진입을 두고 양쪽이 승강이를 벌였다. 오전 9시께 변호인 입회 아래 우위영 보좌관의 업무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양쪽은 압수수색 대상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날카롭게 대치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이미 진행된 압수수색 자료를 봉인한 뒤 당직자와 국정원 최소 인원만 남기고 밤 11시30분께 철수했다.
국정원 수사팀의 집무실 진입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다. 오전 10시께 김미희 의원을 시작으로 통합진보당 이상규·오병윤·김재연 의원 등이 속속 이석기 의원실로 모여, 의원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부당하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오전 11시를 넘기자 “(이 의원을)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11시55분까지 이 의원이 오지 않으면 의원 개인 집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원실 안팎의 분위기는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가장 먼저 압수수색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동근 이사장 쪽은 “오전 7시께 국정원 직원 15명이 집에 와서 문을 강제로 뜯으려 해 문을 열어 주었다. 이들이 제시한 영장을 보니 국가 반란과 통신 파괴, 인명 살상 혐의들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하어영 홍용덕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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