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주거지 등 17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28일 오전 압수품을 담을 상자를 든 국정원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20호 이 의원 사무실에서 진보당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국정원 “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10명 내란음모 혐의”
의원실·사무실·집 등 17곳 압수수색…3명은 체포
의원실·사무실·집 등 17곳 압수수색…3명은 체포
국가정보원이 28일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일부 현역 의원과 당직자·외곽단체 인사 등 10명이 형법상 내란음모 등을 저지른 혐의가 있다며 이들의 사무실과 집 등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개혁이 본격 논의될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에 수십년 전 공안정국 조성에 자주 동원되던 내란음모 혐의가 적용되자 국정원의 의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 경기지부는 아침 7~8시께 이 의원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과 집을 비롯해 이 의원실의 우위영 수석보좌관, 진보당 경기도당의 김홍열 위원장과 김근래·홍순석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한동근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의 집과 사무실 17곳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이들 가운데 홍 부위원장, 한 이사장, 이 고문 등 3명은 체포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이 의원을 총책임자로 하는 ‘○○산악회’라는 이름의 혁명조직(RO)을 만든 뒤 경기도 일대 등에서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북한과 전쟁이 발생하는 등 유사시에 철도·유류시설 장악 등 내란을 모의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또 이들이 모임에서 북한의 혁명가요를 부르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는 등 찬양·고무 행위(국가보안법 위반)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압수수색이 진행된 이날 하루 종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정원은 일부 장소에 대한 주간 압수수색 영장의 효력이 다한 저녁 무렵 야간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집행을 이어갔다. 앞서 국정원은 전날 수원지검을 통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및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란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한 혐의 등이다. 구체적인 혐의 사실은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검찰이 밝힐 것이다. 공개수사에 착수할 때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다 확보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진보당은 진보세력을 말살하려고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이 벌이는 “2013년판 유신독재 선포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또 이 의원 등에게 적용된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부정선거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초유의 위기에 몰린 청와대와 해체 직전의 국정원이 유신시대의 용공조작극을 21세기에 벌이고 있다. 국정원의 범죄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촛불의 저항’이 거세지자 촛불시위를 잠재우려는 공안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엄중한 일이어서 대통령은 (사전에 국정원의) 보고를 받지 않았나 싶다.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홍용덕 석진환 기자 dmzsong@hani.co.kr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앞줄 오른쪽 둘째)와 오병윤 원내대표, 소속 의원, 당직자 등이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 앞에서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