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성내동 택시부광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유세장에서 한 지지자의 선글라스에 박 후보의 유세 모습이 비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설가 손아람 르포 l 박근혜 강원 유세
작가 손아람
am 3:30 알람이 1분 넘게 울린다. 못 일어날 거야, 도저히. 그리고 나는 일어난다. 간단히 세수하고, 동행하기로 약속한 한겨레 정치부 김외현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답신이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4:37 택시가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선다. 도로는 차 한 대 얼씬거리지 않는다. 정문 앞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그는 들어가려는 나를 제지하며 출입기자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매체 소속 기자가 아닌 외부 필자인 나는 아무 것도 제시할 수 없다. 김외현 기자를 기다리기로 한다. 택시들이 1분 간격으로 국회 정문 앞에 선다. 취재기자들인 듯 싶다. 영하의 새벽, 의사당 둘레를 순찰하는 경찰들은 스스로의 몸을 껴안고 있다. 순찰 경로에서 서로 마주칠 때마다 어린아이 같은 장난을 벌이는 모습을 보았다. 4:58 정문 너머로 국기게양대 앞에 붉은 색 28인용 버스 한 대가 보인다. 취재기자단 버스다. 이미 시동을 걸고 전조등을 밝혔다. 김외현 기자가 전화를 안 받는다. 초조함을 느낀다. 마침 경비실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은 경찰이 다가와서 혹시 유세 취재를 왔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착오가 있었다며 출입증 확인없이 나를 들여보내준다. 폐가 얼도록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박근혜 후보 대변인 행정실 당직자가 버스 출입구를 지키고 있다. 내 신분을 묻는다. 미리 권고받은 대로, 작가가 아닌 한겨레 기자라고 대답했다. 4:59 버스에 올라탄다. 기자들 대부분이 좌석을 눕히고 곤히 잠들어 있다. 절반 가까이 여기자들이다. 외모가 믿지 못할 만큼 수려해서 잘못 탄 줄 알았다. 기자단 버스가 아닌 유세 지원단 버스였나. 김외현 기자는 맨 뒷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에게 소리죽여 물었다. “혹시 출입 기자를 선발하는 기준에 용모도 포함됩니까? ” 그는 대답한다. “그렇진 않아요. 고된 일이라 막내 기자들이 주로 합니다. 야당보다는 여당 출입 기자 외모가 더 낫다는 속설이 있긴 하지만요.” 용모가 반영된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헤아리기 어렵다. 더 묻지는 않았다. 5:21 버스가 한참을 출발하지 않는다. 당직자가 일정 변경을 알려왔다. 박근혜 후보의 유세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서 기자단 버스가 전부 쫓아가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김외현 기자가 내게 ‘풀 취재’를 해보겠냐고 제안했다. 대표로 박근혜 후보를 근접 취재하고 다른 기자들과 취재 사실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부담감을 느껴 거절했다. 한편 일정에 없던 검찰 개혁안 발표가 오전에 잡혔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는 유세 현장인 강릉의 시청에서 검찰 개혁안을 급하게 발표할 예정이다. 5:25 버스가 출발한다. 기자들은 모두 잠들었다. 흥분돼서 잠이 오지 않는다. 대선 후보 동행 취재. 저들에게는 피곤한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진귀한 경험이 되겠지. 6:31 버스가 문막 휴게소에 들렸다. 버스에서 내린 기자들은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신다. 8:03 강릉시청에 도착했다. 당직자는 검찰 개혁안 발표가 2층 회의실에서 있을 거라고 말한다. 기자들이 한 줄로 걸어 시청 안으로 들어간다. 청사는 아주 크고 계단과 복도가 어지럽게 얽혀 있다. 기자들은 두리번 거리거나 헤매지 않고 정확히 목표지점을 향해 걸어간다. 매일 출근하는 건물처럼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는 듯 보인다. 옆에 걷는 기자에게 묻는다. “잘들 찾아가네요. 강릉시청에 와 본 적 있나요?” “아니요, 2층이랬잖아요.” 다시 묻는다. “2층에 방이 이렇게 많은데, 회의실이 대체 어딘지 알고요.” 그는 그냥 웃는다. 기자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에 정말로 회의실이 있었다. 강릉시청서 검찰개혁안 발표
더듬은 건 서너 차례뿐
원고를 흘낏 보지도 않았는데…
비결은 투명 프롬프터였다 8:08 회의실 사방에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 대회 개최를 알리는 벽보가 붙어 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호리호리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다가온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점퍼. 단정하게 매듭 지은 빨간 털목도리. 그는 앉아있는 나를 향해 불쑥 손을 내민다. 내가 소지한 뭔가를 넘겨줘야 한다는 의미인가. “뭐요?” 라고 물었다. 그는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한다. “악수하자고요.” 그가 돌아가자 옆에 앉은 기자가 귀띔한다. “박근혜 후보 보좌하는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입니다.” 나를 새로 온 출입기자로 알고 인사 건네려 온 것이다. 언론사의 출입 기자 면면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상적이었다. 8:47 기자들이 회의실 가득 들어찼다. 대강 세어보니 100명 남짓이다. 방송용 카메라만 10대가 넘게 설치되었다. 회의실의 전기 콘센트가 충분치 않아 노트북을 사용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나는 전기 확보를 포기한다. 노트북을 집어넣고 메모장을 꺼내 눈에 담기는 것을 옮겨 적는다. 회의실 앞 쪽에 우아한 분위기의 중년여성이 기자 예닐곱에 둘러싸여 잡담을 나눈다. 역시 검은 마이와 빨간 목폴라 티셔츠의 조합. 핸드폰과 핸드폰 케이스마저 검정과 빨강의 보색으로 맞춘 감각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 조윤선 대변인(??직위 맞는지 확인 요망??)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기자들이 그녀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진듯이 보인다. 그게 대변인이 된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9:02 박근혜 후보가 회의실로 들어온다. 쥐색 계열 마이와 바지. 수수하고 굽이 낮은 검정 구두.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인상이 훨씬 좋다. 후보는 원고가 담긴 작은 수첩을 단상에 올려 놓고 바로 개혁안 발표를 시작한다. 온화하고 차분한 발성. 완벽한 호흡. 문장간 휴식마저 일정하고, 카메라를 돌아보는 여유도 잃지 않는다. 단어를 더듬은 건 서너 차례뿐이었다. 무엇보다 연설하는 동안 가져온 원고를 흘낏 내려다 보지도 않았다는 데 놀랐다. 급박한 개혁안 준비와 빡빡한 유세 일정을 고려하면, 연설문을 통째로 암기해 버렸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연설은 약 6분이었고 원고분량은 대략 1천자 정도였다. 9:10 발표가 끝나자마자 박근혜 후보는 다음 유세 현장을 향해 자리를 옮긴다. 전직 대법관인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빈 자리로 올라온다. 질의응답을 기다려 남거나, 후보를 따라가야 한다. 나는 후보를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기자들의 선택은 반반이었다. 후보의 뒤를 따라 달리는 기자들이 막 발표된 검찰 개혁안을 두고 수군댄다. “생각보다 강도가 센데?” 9:16 시청 정문 앞에 박근혜 후보의 수행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일렬로 8대이고 모두 검은색이다. 의전 차량인 에쿠스와 밴이 섞여 있다. 후보가 탑승하자마자, 수행 차량들은 유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주차장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가로질러 떠난다. 경찰 버스 두 대가 뒤따른다. 버스에 타기 위해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하는 기자들이 멈춰 기다린다. 차량이 다 지나가자 이번엔 기자들이 뛰기 시작한다. 뛰면서도 노트북을 든 채로 한 손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이 더러 보인다. 촬영기자들은 감히 삼각대에서 카메라를 분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기자단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9:25 강릉 택시부 광장에 기자단 버스가 도착했다. 인파가 광장을 메웠다. 선거운동원들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빨간 목도리와 빨간 털모자를 착용한 모습이다. 바로 산타 클로스를 연상시킨다. 대통령 선거일이 크리스마스 직전임에 착안하여, 새누리당의 대표색이자 산타클로스의 복색인 빨강을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동원은 거의 20대 청년들로 구성되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개 중장년층이었다. 연단 위로는 강릉 지역구의 권성동 의원이 이미 지원 유세 연설을 시작했다. “문재인은 분열의 아이콘이고, 박근혜는 통합의 아이콘입니다!” 그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대로 수도권 대학의 분교를 춘천에 설립했다가는 강릉 인구가 춘천으로 유출될 것이라 경고한다. 그건 춘천 살자고 강릉 망하자는 것이며, 강원도에 선물을 주는 척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한다. 또한 강릉 시장, 국회의원, 도의원과 시의원 모두 새누리당 소속인데 민주당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강릉에 아무 것도 보태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았다. 9:32 박근혜 후보가 나타났다. 후보가 연단까지 걸어오는 동안, 청중들은 “대통령! 대통령!”을 연호한다. 기온이 낮은 실외로 나왔기에 마이 위에 검은색 패딩점퍼를 걸친 모습이다. 후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자를 대동하고 연설한다. 사회자 남성의 거친 울부짖음에 대비되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이념 대통령이 아닌 민생 대통령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검찰 개혁안 발표 때와는 사뭇 달리, 연설문을 다 외워 숙지하지는 못한듯하다.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원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보가 문장을 쉴 때마다 사회자는 마이크로 “박근혜!”라고 외쳤고 군중들은 “대통령!”이라고 응답했다. 9:45 연설을 마친 박근혜 후보가 연단에서 내려오고, 기자들은 서둘러 버스로 돌아갔다. 9:53 버스가 출발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기자들은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기사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다. 옆사람과 잡담하는 모습조차 찾아 볼 수 없다. 차 안은 기묘한 고요에 휩싸였다. 9:59 버스는 강릉시청에 들려 잠시 정차하고 다시 출발했다. 10:12 강릉 휴게소에 들렸다. 아까와는 달리 내리는 기자들이 거의 없다. 버스의 정차를 인지하지도 못한 듯 고개조차 들지 않고 기사 작성에만 열중하고 있다. 10:25 버스가 강릉 휴게소를 떠났고, 기자들은 여전히 기사를 쓴다. 스마트폰을 꺼내 노는 내 옆으로 당직자가 다가와 인사한다. “한겨레 손아람 기자님이시죠?” 당황스러웠지만 태연한 척 네, 라고 대답한다. 그는 내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슬쩍 눈길을 주고는 혼자 심심해 보인다고 농담을 던진다. 할 말이 없어 웃는다. 그는 느닷없이 내게 잘생겼다고 칭찬하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춘천 풍물시장 앞 유세장
설운도가 노래를 부르고
응삼이는 흥을 돋우고
사람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오후 12:12 버스가 춘천 풍물시장 앞에 섰다. 박근혜 후보의 일정에는 속초와 인제의 시장 유세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도저히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기자단 버스는 일정을 두 개 건너뛰고 춘천으로 바로 온 것이다. 오후라 그런지 춘천은 강릉보다 북적이는 느낌이다. 태극기를 손에 든 사람이 꽤 많은데,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군중 속에 빨간색 야구모자를 쓴 노인들이 나란히 서 있는 걸 발견했다. 호기심에 다가가 관찰하니 해병대 전우회였다. 그들은 들뜨지 않은 모습으로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유세 현장을 지켜본다. 광장을 휴전선처럼 사이에 끼고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가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춘천에서는 어떤 말을 듣게 될까. 강릉과 춘천은 강원도의 유서 깊은 라이벌 도시다. 강릉에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춘천 살자고 강릉 망하자는 것’이라는 권성동 의원의 연설을 들었기에 참기 어려운 궁금증을 느꼈다. 연단 위에는 박근혜 캠프의 연예인 자원봉사단이 돌아가며 발언하는 중이다. 가수 설운도 씨가 올라온다. 그는 유세에서 노래하면 선거법에 저촉되지만 1절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더니, 바로 소양강 처녀를 부른다. 반주는 없다. 청중은 태극기를 휘두르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노래를 마친 설운도는 광장을 향해 마이크를 내밀고 ‘박근혜’를 한번 크게 외쳐달라고 요구한다. 사람들이 화답한다. 복 받으실 겝니다, 하고 설운도가 내려간다. 사회자는 박근혜 후보가 서민과 거리가 멀다는 소리를 이제 쑥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호언한다. 그는 전원일기의 응삼이를 불러 연단 위로 올린다. 응삼이가 연단에 올라와 “응삼입니다, 저는 강원도 촌놈입니다.”라고 인사하자 사람들이 열렬하게 환호한다. 나는 몰랐고, 사회자도 청중도 응삼이 본인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의 본명은 박윤배였다. 응삼이 다음으로 개그맨과 배우 콤비의 단막극이 벌어진다. 현재 국민들은 기호 1번과 기호 30번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이라는 내용이다. 12:40 박근혜 후보가 도착했다. 시장 유세였으므로 후보는 대형마트 쪽이 아닌 재래시장 쪽으로 동선을 잡았다.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인파 속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와 후보의 품에 장미꽃다발을 안긴다. 후보는 꽃다발을 안고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걸음을 옮긴다. 수행원이 꽃다발을 넘겨받아 어디론가 사라진다. 풍물시장을 지나는 박근혜 후보의 동선은 대략 7미터에서 10미터 사이였다. 약 10초 정도 시장을 통과해 걸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후보 뒤에 따라붙어 근접하기 어려웠다. 12:42 연단 위에 올라간 박근혜 후보가 연설한다. 날이 오전보다 풀렸지만 후보는 강릉의 옷차림에 붉은색 목도리를 더했다. 속초와 인제의 날씨가 추웠던 걸까. 연설의 내용은 강릉 때와 거의 같다. 이념 대통령이 아닌 민생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1:03 동행 취재 일정이 모두 끝났다. 기자들과 합류해 식사하기 위해 움직인다. 어떤 기자가 지방 유세가 이렇게 빨리 끝나는 건 드문 일이라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시장은 후보 유세의 흥취에 한껏 젖어 있다. 점심시간이지만, 들리는 식당마다 오늘은 식사 대신 술과 안주만 판다고 한다. 빈 자리도 없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둘러 앉아 막걸리나 소주를 주고받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분식집으로 들어간다. 김외현 기자에게 오늘 내가 본 것이 유세의 일반적인 모습이냐 묻는다. 그렇다고 한다. 굳이 소설가에게 유세 취재를 의뢰한 이유가 뭐냐고 다시 묻는다. 그는 대답한다. “기자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광경이라 새롭게 보이질 않아요.” 그는 돈까스를, 나는 김치볶음밥을 주문한다. 육천원씩이다. 지방 물가치고는 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김외현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뭐, 정말?”이라고 외치더니, 함께 서울로 가지 못하겠다며 나를 내버려두고 빠른 걸음으로 뛰어간다. 나는 홀로 기자단 버스로 향한다. 버스에 올라탄 기자는 적었다. 전화기를 붙들고 통화하는 기자들이 많다. 어수선한 분위기다. 2:21 서울에서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괜찮냐고 묻는다. 그제야 박근혜 후보 캠프의 이춘상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근처의 기자한테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다. 취재 기자끼리 문자로 정보를 공유하는 모양이다. ‘이춘상 보좌관이 사망하고 2명이 의식 불명. 후보 수행 차량이 급하게 가다가 과속 카메라를 보고 급정거하였고 도로가 미끄러워 추돌사고로 이어진듯 하다.’ 또 다른 문자에선, ‘추돌을 피하기 위해 급핸들 조작을 하는 바람에 후방차량이 갓길 전봇대를 들이받아 사망사고로 이어진 상황으로 보인다. 일단 경찰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쓰여 있었다. 기자단 버스가 서울로 출발한다. 행정실 당직자가 마이크를 든다. “의식불명인 김우동, 박병엽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질문 없이 조용히 받아적는다. 버스는 어느새 영동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나에게는 가는 길이 오는 길과 다름이 없다. 김외현 기자에게 고마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유세에 이어 사건 취재 업무까지 맡게 된 그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쁜지 그날 답신을 보내오지 않았다. 손아람 작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힙합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에서 랩퍼로 활동했다. 자전적 소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용산참사 사건 법정을 다룬 소설 <소수의견>을 썼고,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전태일’이란 이름을 가진 전국의 노동자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전태일의 삶과 비교 조명하는 글을 <너는 나다: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에 실었다. 소설가이자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중이다. ■ 손아람 작가의 문재인 후보 수도권 유세 동행 취재기 [관련영상] <한귀영의 1 2 3 4 #9>2% 부족한 문재인, 60대의 숨은 표가... [관련 영상] <한겨레캐스트 #11> 박근혜 ‘비선4인방’ 심층해부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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