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투표한다
① 소설가 김별아
① 소설가 김별아
추위가 매섭다. 평년이라면
소한이나 대한쯤에야 찾아오는 한파가 12월 초입부터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추위를 느끼면 근육이 뭉치고 몸이 움츠러든다. 활동성이 떨어지고 마음까지 위축된다. 그 와중에 꽁꽁 얼어붙은 세상의 한구석에서 동사한 이들의 소식마저 들린다. 그들의 마지막 거처는 지하 단칸방이거나 외딴 골목 끝, 한데보다 나을 것 없는 얼음장이면서 가장 쓸쓸하고 외로운 곳이었다.
홀로 견디는 겨울은 더디게 간다. 고립된 삶은 위태롭다. 막연한 희망으로 21세기를 맞은 한국 사회는 근래에 이르러 확연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비틀거리고 있다. 나는 정치인도 경제인도 아니니 수치를 내세우는 증명 따위는 제쳐 두고 딱 하나, 30분에 한 명꼴로 사라져가는 목숨들을 통해 그것을 느낀다. 아이가 죽는다. 젊은이가 죽는다. 노인이 죽는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와 파산자가 죽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영원으로 사라진다.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살아남은 자들은 입시와 취업과 돈벌이에 아웅다웅한다. 반짝이는 신제품과 그럴싸한 명품이 있는 이 세상은 패배자들이 떠나간 저세상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듯하다. 하지만 고립된 삶은 아무리 휘황찬란하고 오색영롱해도 여전히 위태롭다. 가지고 이룰수록 인색해지고 초조해지는 마음은, 속악한 세상을 이기지 못해 패배자로 낙인찍힌 그들의 삶이 지상에 남긴 흔적이다. 그들을 진정 이해하지 않고서야 우리는 영영 삶의 환희가 아닌 죽음의 공포에 꺼둘리게 될 것이다.
유토피아를 그리진 못할망정 이처럼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심경이 참담하다. 마뜩잖은 유산을 받고 좋든 싫든 디스토피아의 주인으로 살아내야 할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더욱 괴롭다. 어느 때보다 젊음이 고립되고 위태롭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하지만 나는 젊은이들에게 섣부른 충고나 위로는 건네지 않으련다.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이들에게 이미 그것이 녹슬어버린 늙은이들의 위로 따윈 필요치 않다. 난마 같은 세상을 헤쳐 나갈 때에는 스스로 조타수이자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 번을 흔들려 뭐가 되기도 전에 삶의 멀미증으로 토하고 만다.
홀로 견디기에 싸움은 버겁고 좌절은 쉽다. 그러하기에 인간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언명한 대로 ‘조온 폴리티콘’(zoon politikon, 사회적·정치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 침묵을 깨고 외쳐야 한다. 고립을 통해 저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필사적으로 세상 속의 나를 증명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은 어떤 이유로든 옹호될 수 없다. 그 결과야말로 가장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쿨’하고 ‘시크’한 태도란 질척거리며 들끓는 디스토피아의 공포를 끊어내기 위해 나를 주장하고 너를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다.
젊은 벗들이여, 그대들의 미래에 투표하라! 그것이 바로 과거의 망령과 현재의 굴레가 침범하지 못할 그대들만의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리라.
김별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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