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박정희, 일왕에 혈서쓰고 일본군 장교됐나?

등록 2012-12-05 20:21수정 2012-12-06 17:38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왼쪽부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텔레비전 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왼쪽부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텔레비전 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실 검증 Fact Check | 1차 TV토론
4일 밤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는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지만 ‘일문일답’ 형식에 그쳐, 토론 과정에서 어떤 후보가 사실관계가 틀린 일방적 주장을 펴도, 제대로 반박할 수가 없어 그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전해지거나 누구 말이 맞는지 파악하기 힘들어 혼란만 키울 수 있다.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토론이 이뤄졌던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본다.

① 박정희, 일본군 장교 지원하며 일왕에 혈서 썼나?
만주신문 ‘다카키 마사오 충성 혈서’ 보도…시기 놓고 반론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때 다카키 마사오로 창씨개명한 뒤,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해 군관시절 촬영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때 다카키 마사오로 창씨개명한 뒤,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해 군관시절 촬영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 박정희, 일왕 충성혈서 썼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거다. 한국이름 박정희”라고 공격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40년 4월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해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의 육군군관학교에 2기생으로 입교한다. 이후 1944년 황군(皇軍) 육군 소위로 임관한다. 성과 이름도 다카키 마사오로 창씨개명했다. 박 후보 쪽도 이는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이 후보 주장처럼 일왕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세했다는 부분은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조작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연령 초과로 군관학교 시험에 탈락하자, ‘혈서’와 함께 입학허가를 호소하는 편지를 지원서류에 동봉해 제출했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일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혈서를 보낸 사실이 1939년 3월 <만주신문>에 실린 사실과 신문 원본을 찾아내 이를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일본 국회도서관에도 보관돼 있는 <만주신문> 1939년 3월31일치에는 “경상북도 문경 공립소학교 훈도(교사) 박정희(23)군의 피로 쓴 편지가 송부돼 관계자를 감격시켰다”는 기사가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편지 내용은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一死奉公, 한 번 죽음으로 황제에게 충성)을 위해 굳건히 결심합니다.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였다.

우익단체에서도 <만주신문>의 보도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만주신문>이 보도한 편지 내용에 ‘일계(日系) 군관모집요강을 받들어 읽은 소생’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편지를 보낸 1939년에는 만주계만 모집(1940년부터 일본계로 확대)했기 때문에 해당 기사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신용불량자 채권 소멸시효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며 소송대리인에 문 후보가 포함된 서류 사본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신용불량자 채권 소멸시효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며 소송대리인에 문 후보가 포함된 서류 사본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뉴스1

② 문, 부산저축은 담당 금감원 국장에 압력 행사?
문 “업무상 연락” 해명불구 검찰조사 아직 안이뤄져

■ 문재인 후보는 금감원에 압력을 행사했나?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국장에게 전화를 한 의혹이 있다. 피해자들이 검찰에 문 후보를 고발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 후보는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진작 밝혀졌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문 후보가 고발당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13일 부산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원회는 2003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를 금감원 국장에게 압력성 청탁전화를 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전화를 받은 유아무개 전 금감원 국장은 부산저축은행에서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2억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사는 철저히 하되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문 후보의 전화를 받았지만, 청탁전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현재까지 문 후보 쪽에 출석요청 등은 하지 않았다.

③ 론스타 ISD 제기, 한-미 FTA와 무관?
한-벨기에 협정이 근거…한-미 FTA로도 소송 가능

■ 론스타 제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인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달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제기한 것이 한-미 에프티에이와 관련이 있는지를 놓고도 시비가 붙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아이에스디 제도가 있으니까, (론스타가) 한국을 국제법정에 끌고 갔다. 한-미 에프티에이의 아이에스디 규정을 없애야 하지 않느냐”고 박 후보에게 물었다. 박 후보는 “론스타 소송은 한-미 에프티에이와 관계없고, 한-벨기에 투자자보호협정(BIT)에 근거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겉으로는 두 사람 말이 다 맞다. 론스타의 제소는 1974년 체결해 2006년 개정한 ‘한-벨기에 투자자보호협정’에 근거한 것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뒤, 2008년 벨기에에 ‘LSF-KEB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외환은행 운영주체를 바꿨다. 한-벨기에 투자자보호협정이 아이에스디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이 가능했다. 아이에스디 문제를 지적하는 질문에 ‘한-미 에프티에이와 관계가 없다’는 박 후보 답변은 유권자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는 아이에스디 문제가 없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사법주권 침해라는 아이에스디가 갖는 위험성은 투자자보호협정이나 한-미 에프티에이나 본질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가운데)이 9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개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가운데)이 9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개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④ 통합진보당은 국민의례 안한다?
‘민중의례’ 탓 왜곡…창당대회때 ‘국기에 대한 맹세’ 해

■ 통합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하나? 박 후보는 이 후보에게 “통합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애국가도 안 부른다”고 몰아세웠다. 이 후보는 “국가행사에서 공식 의례에 다 했다. 정확히 알고 질문하라”고 맞받았다.

통합진보당이 공식 행사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거나, 애국가를 안 부르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다만 통합진보당은 애국가나 태극기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외부행사에 참석하면 국민의례를 하지만, 오랜 반독재투쟁 전통 때문에 주요 행사 때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유시민 대표가 ‘공당인 만큼 애국가를 불러야 한다’고 제안했고, 그 직후 창당대회 때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한 뒤, 노래는 (애국가 대신) 민중의례 때 불러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⑤ 총선 야권연대, 주한미군 철수 합의?
제주 해군기지 중단만 합의…주한미군 철수 언급없어

■ 총선 야권연대 때 주한미군 철수 합의했나? 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연대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에프티에이 폐지, 해군기지 건설 중단, 한-미 동맹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합의했다”고 몇 차례 언급했다.

박 후보 발언 중 해군기지 건설 중단 외에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총선 당시 시민사회와 함께 ‘4·11총선의 국민승리를 위한 범야권 공동정책 실천 과제’에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해선 ‘재협상’(민주당)과 ‘폐기’(통합진보당)의 입장 차이를 합의문에 적시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동맹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은 합의문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새누리당도 이와 관련해 “박 후보가 잠시 착각한 것 같다”고 박 후보의 발언을 부인했다.

석진환 류이근 조혜정 김원철 기자 soulfat@hani.co.kr

[한겨레캐스트 #7] 뉴스 사진 속 프레임 전쟁

[관련 영상] <한겨레캐스트 #5> 박근혜, 당선 가능성 높아졌다

<한겨레 인기기사>

문재인 도착 2분 뒤 안철수 미소 지으며…
“보고 도중 박근혜가 고개를 돌리면 다리가 후들”
[사실 검증] 박정희, 일왕에 혈서쓰고 일본군 장교됐나?
김성주 “전두환 6억, 소녀가장이 아파트 하나 받은 것”
이상휘 “사찰 진실 까발리는 일 없도록 돈 건넸다” 진술
보복불안 신고한 장애여성 끝내 살해 “경찰 보복범죄 대처 미흡”
[화보] 다시 만난 문재인-안철수 ‘우리 포옹할까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그런데 김건희·윤석열은?”…민주, 이재명 1심 뒤 ‘김건희 특검법’ 공세 1.

“그런데 김건희·윤석열은?”…민주, 이재명 1심 뒤 ‘김건희 특검법’ 공세

명태균 “김건희에 전화, 대선후보 비서실장 윤한홍 임명 막았다” 2.

명태균 “김건희에 전화, 대선후보 비서실장 윤한홍 임명 막았다”

“경기도 국감서 성남시장 의혹 해명, 유죄”…이재명 1심이 놓친 것 3.

“경기도 국감서 성남시장 의혹 해명, 유죄”…이재명 1심이 놓친 것

홍준표, 오죽하면 ‘민주당 손 잡으시라’…윤, 그 조언 들어야 산다 4.

홍준표, 오죽하면 ‘민주당 손 잡으시라’…윤, 그 조언 들어야 산다

“윤 불법 사무소 증거인멸 의혹…일주일 새 ‘예화랑’ 간판 사라져” 5.

“윤 불법 사무소 증거인멸 의혹…일주일 새 ‘예화랑’ 간판 사라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