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주자 탐구 김두관
얼마나 준비된 후보인가
얼마나 준비된 후보인가
민평련 등 “정책 준비 미흡” 평가
‘무지개 연합’ 캠프는 엇박자 행보
친노그룹과 차별화도 오락가락 “대선후보 모드전환 시간 걸렸을뿐”
현장서 위기 돌파해낸 경험 강조
‘국정운영 능력 있다’ 자신감 피력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한 주민이 ‘김두관은 얼굴 알리러 나온 게 아니냐’고 쏘아붙였는데, 그 뒤로 말문이 턱 막히더라.” 김두관 캠프의 한 핵심 참모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김두관은 낮은 인지도와 ‘이번이 아니라 차기 주자 아니냐’는 대중의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작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라는 지적이 점차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두관의 출마선언 이후 지난 50여일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살아온 삶의 이력은 대통령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잠재력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엄중한 시기에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은 후보에게 민주개혁진영의 미래를 맡기는 모험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스토리’는 있는데 ‘텔링’할 정도로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의 말처럼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두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준비 부족’을 꼽는다. 출마선언 이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콘텐츠·조직·전략 등 핵심 분야에서 여전히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라는 매력적인 원재료가 제대로 숙성되고 조리되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 나왔다는 비유도 나온다. 김두관은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이장과 군수의 업무’와 국정은 다르지 않으냐는 의문 제기에 대해 그는 ‘이슬 한 방울에도 우주의 원리가 있고, 참새한테도 오장은 다 있다’고 강조한다. 어느 조직이건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원리가 같고, 결국 자신처럼 현장을 뛰어다니며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낸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군수 경력이 전부였던 자신이 6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면서 보여줬던 성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장관 시절 행정권한 30%를 자치단체에 이전하고, 지방예산 편성지침 삭제를 추진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를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 김두관은 그의 저서 <아래에서부터>에 이렇게 썼다. “균특회계를 도입하려면 행자부의 지자체 통제 수단인 양여금제도를 폐지해야 했는데, 행자부 내부 반발이 엄청났다. 하지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관료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2012년 균특회계는 수십조원 규모로 늘어난 상태다.” 김두관의 콘텐츠에 대해 당내 인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25일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토론회 때부터다. 민평련은 현역 의원만 25명이 참여하는 당내 최대 조직이지만 문재인, 손학규 쪽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당내에선 이 조직이 김두관을 지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었다. 하지만 김두관 스스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한 것처럼, 그는 국정 각 분야에 걸친 까다롭고 구체적인 질문 공세에 능란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민평련 소속의 한 재선 의원은 “경제분야나 복지정책 등 국정의 핵심분야에 대한 준비 정도가 미흡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김두관은 당시 토론회에 대해 “대선 주자에게 백과사전 수준의 디테일을 바라는 것 같다”며 섭섭함을 드러냈지만, 어쨌든 그 토론회를 계기로 김두관은 민평련 회원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
김두관 캠프에 당내 현역 의원들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도 당시 형성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6월 김두관의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던 현역 의원 11명 중 절반 정도밖에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벌개혁, 석유공기업 구상, 반값 통신비, 모병제를 통한 군축 등 김두관의 정책이 대단히 ‘왼쪽’으로 가 있는 반면 캠프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의 면면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김두관의 조직이 이념이나 지향, 가치를 공유해 모였다기보다, 당내 친노 주류에 대한 반감이 있거나 김두관 개인 스토리에 기대를 거는 이들의 연합군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두관은 자신의 조직을 ‘무지개 연합’이라고 부르며 “중도와 진보의 다양한 세력이 모였기 때문에 개방적이고 확장성이 강하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다 보니 경선 전략도, 메시지도 오락가락했다. 김두관 캠프는 경선 초반 문재인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까지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이후 ‘지나친 표현’이라는 역풍이 불자 ‘정책 대결’을 강조하는 듯 잠시 공세를 멈췄다가, 제주 경선 이후에는 ‘노무현의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과 결별’을 선언하며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친노 주류에 대한 차별화 전략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중들은 그를 ‘리틀 노무현’이었던 친노 인사로 알고 있는데, 정작 자신과 문재인이 어떻게 다른지, 그가 비판하는 친노그룹과 어떻게 다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캠프의 메시지도 혼란스럽다. 지난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김두관은 트위터에 ‘잘하는 일’, ‘진심어린 반성과 화해의 몸짓이길 기대’라고 말했지만, 캠프에서는 ‘진정성 없는 정치쇼,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 성명이 나갔다.
김두관은 이처럼 ‘전반적인 준비 부족’에 대한 안팎의 지적을 수용해, 경남지사 때부터 함께 대선을 준비해왔던 최측근들을 8월 초 캠프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준비 부족에 대해서는 이런 설명을 내놨다. “출마선언을 한 뒤 우여곡절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스스로 돌이켜보니 ‘모드 전환’이 잘 안됐던 것 같다. 2년 동안 도지사를 하다가 상경하다 보니, 행정 관료의 모드에서 대선 후보로 변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한편으로 그는 지방 출신 정치인에 대한 중앙 무대의 차별적 시선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관훈토론회 때 ‘전문대 나온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이 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장들과 토론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일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새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크게 보이더라”는 소회를 덧붙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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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능력 있다’ 자신감 피력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한 주민이 ‘김두관은 얼굴 알리러 나온 게 아니냐’고 쏘아붙였는데, 그 뒤로 말문이 턱 막히더라.” 김두관 캠프의 한 핵심 참모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김두관은 낮은 인지도와 ‘이번이 아니라 차기 주자 아니냐’는 대중의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작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라는 지적이 점차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두관의 출마선언 이후 지난 50여일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살아온 삶의 이력은 대통령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잠재력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엄중한 시기에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은 후보에게 민주개혁진영의 미래를 맡기는 모험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스토리’는 있는데 ‘텔링’할 정도로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의 말처럼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두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준비 부족’을 꼽는다. 출마선언 이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콘텐츠·조직·전략 등 핵심 분야에서 여전히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라는 매력적인 원재료가 제대로 숙성되고 조리되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 나왔다는 비유도 나온다. 김두관은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이장과 군수의 업무’와 국정은 다르지 않으냐는 의문 제기에 대해 그는 ‘이슬 한 방울에도 우주의 원리가 있고, 참새한테도 오장은 다 있다’고 강조한다. 어느 조직이건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원리가 같고, 결국 자신처럼 현장을 뛰어다니며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낸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군수 경력이 전부였던 자신이 6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면서 보여줬던 성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장관 시절 행정권한 30%를 자치단체에 이전하고, 지방예산 편성지침 삭제를 추진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를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 김두관은 그의 저서 <아래에서부터>에 이렇게 썼다. “균특회계를 도입하려면 행자부의 지자체 통제 수단인 양여금제도를 폐지해야 했는데, 행자부 내부 반발이 엄청났다. 하지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관료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2012년 균특회계는 수십조원 규모로 늘어난 상태다.” 김두관의 콘텐츠에 대해 당내 인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25일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토론회 때부터다. 민평련은 현역 의원만 25명이 참여하는 당내 최대 조직이지만 문재인, 손학규 쪽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당내에선 이 조직이 김두관을 지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었다. 하지만 김두관 스스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한 것처럼, 그는 국정 각 분야에 걸친 까다롭고 구체적인 질문 공세에 능란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민평련 소속의 한 재선 의원은 “경제분야나 복지정책 등 국정의 핵심분야에 대한 준비 정도가 미흡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김두관은 당시 토론회에 대해 “대선 주자에게 백과사전 수준의 디테일을 바라는 것 같다”며 섭섭함을 드러냈지만, 어쨌든 그 토론회를 계기로 김두관은 민평련 회원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
지난 7월24일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토론회에 김두관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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