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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은 집권하기 어렵고 집권해도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

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첫마디를 열었다. 공천심사를 중단하겠다는 공식선언을 하는 자리였다. 표면적 이유는 지난 29일 예정되어 있던 자신의 기자간담회를 당 지도부가 유보한 것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2차 공천 결과에 대한 공심위의 견해를 밝힐 예정이었다. 강 위원장이 1일 심사 중단을 밝힌 실제 이유는 전날 3차 공천 결과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개입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오전 최고위원회는 공심위가 올린 보고서를 축조심의하듯 재검토하는 분위기였다”며 “공심위 판단의 자율성이 침해된 것에 대한 공개적인 항의인 셈”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당 지도부는 공천개혁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명숙 대표뿐만 아니라, 자기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에 영향을 미치려는 최고위원들까지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지원·이인영 최고위원 등은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천 결과를 혹평하며 내부 갈등과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계 공천학살, 친노 부활, 특정학교 인맥 탄생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 대표와 주요 당직에 있는 친노 등 주류를 향한 비판이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계파별 야합에 따른 단수공천이 이뤄졌고, ‘이대 인맥’이 등장했다는 말이 있다”고 거들었다. 도덕성과 정체성에서 문제가 제기돼도 주류 쪽 후보들은 단수공천되고, 비주류 쪽 후보들은 탈락하거나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강철규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이후 한명숙 대표를 만나 2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강 위원장은 한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조만간 공천 결과에 대한 당내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에 대한 사과나 유감의 뜻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공심위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신경민 당 대변인은 “한 대표가 강철규 공심위원장의 문제 제기를 최고위원들과 공유했고 최고위원들은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당 최고위의 사태 수습으로 공심위는 2일 오후 2시부터 심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1·2차 공천이 발표된 지역을 대상으로 6일부터 모바일 경선을 시작할 예정이며, 18일까지 모바일 경선과 현장투표를 마치려면 공심위는 다음주 중반까지는 공천 심사를 끝내야 한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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