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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주당의 ‘자책골’

등록 2012-02-27 21:24수정 2012-02-28 08:40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오른쪽부터)와 문성근, 박지원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 동구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과 관련한 신문기사 스크랩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오른쪽부터)와 문성근, 박지원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 동구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과 관련한 신문기사 스크랩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공천혁명커녕 전략 부재
‘친노+486’ 배타적 구조
한명숙 리더십도 도마에
야권연대 협상마저 삐걱

“공천 초기 전략에서 실패했다. 위기인데 위기라는 의식도 없다.”(민주당 전략 담당 전직 당직자)

<한겨레>가 24·25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 공천 등 정당혁신 신뢰도 평가에서 새누리당 신뢰도가 47.3%로 민주통합당(38.5%)보다 더 높게 나온 걸 보면 ‘국민 여론’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한명숙 대표와 당 지도부가 ‘기득권의 장막’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당 안에서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 주류를 장악해온 친노 중진과 핵심 당직을 차지했던 486그룹이 ‘이너서클’(내부 핵심조직)을 형성해 배타적인 논의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이들의 논의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공천 등에서 국민과 지지층의 눈높이를 따르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제대로 준비된 선거 전략이 없다. 게다가 그냥 ‘이기겠지’ 하는 막연한 낙관론에 사고기능이 마비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을 때,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낙관할 수 없다’는 공개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이 애초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이미경 단장은 “1당이 목표”라고 밝혔다.

영남권 위주의 1차 발표에 이어 지난 24일 발표된 2차 공천은 국민들에게 쇄신으로 비칠 ‘감동 공천’은커녕, 현역 위주의 ‘기득권 공천’으로 인식되며 비판을 자초했다. 친노 핵심그룹 위주의 ‘계파 공천’을 비판하는 당내 반발도 거세다. 전날 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회부된 인물을 그대로 공천한 것도 그동안 내세웠던 ‘도덕성 공천 잣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로운 인물을 뽑고 내세우려는 노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민하지 않은 탓이다. 다른 전직 의원은 “재벌개혁론자인 김종인 전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으로 끌어들이고, 27살의 여성을 문재인의 대항마로 내세우려 하는 등 새로운 인물을 보여준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은 주목을 끌 만한 이들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 부재’라는 말은 총선기획단 구성 초기부터 나왔다. 총선기획단에서는 지역구 활동에 바쁜 이미경 단장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는 불만이 수시로 터져 나왔다. 한 당직자는 “총선기획단 차원에서 단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한때 공천 흥행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던 모바일 경선이 ‘조직 세몰이 경쟁’으로 변질돼 광주 동구에서 죽음까지 초래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지만 민주당은 별 대책이 없다. 공천혁명을 통해 ‘바람’을 일으키지 못해 모바일 경선단 모집이 활력을 잃은 탓이다. 그 결과가 ‘구태 조직 동원’으로 나타났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협상이 삐걱대며 흔들리고 있지만 민주당 안에는 이를 고민하는 치열한 노력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희망과 대안 등 시민단체들은 ‘야권연대와 관련한 민주당의 소극적, 정파이기적 태도’를 비판하며 ‘공천을 중단하는 한이 있더라도 즉각 야권연대를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느긋한 분위기마저 묻어나온다.

이태희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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