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기간·‘1번 표시’도 논쟁중
이른바 ‘1번 어뢰’는 천안함 사건 논란의 핵심이며,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가장 자주 말을 바꾼 대상이다. ‘1번 어뢰’는 등장부터가 극적이었다. 정부가 합조단 발표를 5월20일로 못박은 상태에서 그보다 불과 5일 전 쌍끌이어선의 그물에 걸려 모습을 드러냈다. 합조단은 그것을 북한의 수출용 중어뢰인 ‘CHT-02D’의 추진체라며 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결정적 증거물’에 대한 합조단의 설명이 부정확한 것이었음이 잇따라 드러났다. 우선 출처 문제다. 합조단은 애초 어뢰추진체 설계도를 북한의 수출용 카탈로그에서 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조단은 나중에 설계도는 카탈로그가 아닌 시디(CD)에서 출력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합조단은 6월29일 언론3단체와 토론회 때는 설계도를 잘못 제시했다고 고백했다. 애초 제시된 것이 북한의 다른 어뢰인 ‘PT-97W’의 설계도였다는 것이다.
어뢰 추진체를 덮고 있는 녹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합조단은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애초 합조단 내부에서도 추진체의 녹이 심해 천안함과 무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합조단은 녹슨 부위가 최대 6배 차이가 난다고 하면서도, 육안으로 볼 때 2개월 정도 된 것이라고 발표하며 천안함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합조단은 당시 정확한 부식기간은 ‘가속화 실험법’으로 검증중이며 6월 말 결과가 확인된다고 했지만, 9월9일 현재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추진체에 새겨진 ‘1번’ 표시는 지금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추진체 곳곳의 페인트가 녹아 있는 상태에서도 멀쩡히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매직 잉크’가 논쟁의 핵심이다.
합조단이 이렇게 ‘1번 어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가 북한이 천안함 폭파와 무관할 것으로 보는 핵심 논거도 어뢰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이 천안함을 폭파할 수 있을 정도의 고성능 어뢰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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