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폭발력’ 변수 모른채 결론 산출
천안함을 침몰시킨 폭발력의 규모에 대해선 애초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고 당일인 3월26일 백령도에서 측정한 지진파와 공중음파가 폭발력을 과학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근거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자료 가운데 폭발력을 가장 강하게 추정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의 이른바 공중음파 계산법은 천안함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기상청 관계자는 “사고 당일 규모 1.5의 지진파가 감지됐으며, 티엔티(TNT)로 계산하면 140~180㎏의 에너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질연이 3월27일 작성한 문서에도 “추정 지진 규모가 1.5이며, 이는 티엔티 180㎏에 해당”이라고 적시돼 있어 기상청 분석과 엇비슷하다. 이는 ‘수정된’ 1번 어뢰의 폭발력인 티엔티 36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질연이 사흘 뒤인 3월30일 작성한 문서에는 이런 문구가 한줄 더 추가된다. “기뢰 또는 어뢰가 천안호(천안함) 하부에서 폭발한 경우, 수면 아래 10m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가정하고 공중음파 신호로부터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해 계산한 폭발력은 약 260㎏의 티엔티 폭발에 상응한다”는 것이었다.
지질연의 3월30일 문서에 갑자기 등장한 이른바 ‘레일리-윌리스’라는 공식은 해저나 육상이 아닌 수중 폭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티엔티의 양 △폭발 수심 △버블 펄스(물속에서 폭발이 있었을 때 가스가 수축 팽창을 반복하며 나오는 파장)의 주기 등 세 가지 변수로 구성돼 있다. 두 가지 변수의 값을 알고 있을 때 나머지 한 변수의 값을 구하는 공식이다.
문제는 지질연이 버블 펄스 주기를 분석한 값(1.1초)만 알고 있었고, 폭발 수심이나 폭발력은 몰랐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폭발 규모를 측정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인 폭발 수심을 임의로 10m로 특정해 폭발 규모 260㎏을 산출해낸 것이다.
실제로 <한겨레>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합조단이 ‘1번 어뢰’가 터졌다고 발표한 폭발 수심 6~9m를 레일리-윌리스 공식에 대입해 본 결과, 상당한 편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그래픽 참조) 수심 9m에선 폭발 규모가 티엔티 229㎏에 상당했지만, 수심 6m인 경우에는 149㎏에 지나지 않았다. 세 가지 변수 가운데 두 가지 변수의 값을 모르는 상황에서,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사정 탓에 홍태경 연세대 지구과학시스템과 교수도 “레일리-윌리스 공식이 증명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천안함 침몰에 적용이 가능한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질연 관계자는 수심 10m를 특정한 이유를 묻자 “하나의 참고치로만 제시한 것이고, (군당국에) 자료만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이충신 이용인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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