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친일역사 ‘정략적 세탁’…일그러진 우파정권

등록 2009-02-25 19:29수정 2009-02-25 19:38

지난해 8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행위예술가 시온 칸(본명 배희권·앞줄 왼쪽 두번째)씨가  ‘8·15 건국절 법률개정 추진과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비판하며 ‘건국반만년, 정부수립 89주년’이라고 붓글씨를 쓰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지난해 8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행위예술가 시온 칸(본명 배희권·앞줄 왼쪽 두번째)씨가 ‘8·15 건국절 법률개정 추진과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비판하며 ‘건국반만년, 정부수립 89주년’이라고 붓글씨를 쓰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실용인가, 이념인가-역사왜곡 밀어붙이기
“굳이 이념으로 따지면 우리는 오른쪽에 가까운 중도예요. 그런데 이 정부가 ‘우로 우로’ 가면서 자꾸 우리를 밀어냅니다. 자기들 편이 아니라는 거지요. 도처에 적을 만들고 있어요. 두고 보세요. 언젠가는 사단이 나고 말 겁니다.” 호남벌을 호령하던 의병장의 기개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 조세현(71·사진) 광복회 민족정기통일특위 위원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면암 최익현의 제자로 1907년 거병해 2년 남짓 호남창의군을 이끌다 순국한 조경환(1876~1909) 의병장이 그의 할아버지다. 조 위원은 지난 2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출범 1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를 ‘일그러진 우파’로 규정했다.


조세현 광복회 이사
조세현 광복회 이사
조세현 광복회 이사

건국절·건국유공자 법안 등 ‘정치적 의도’
극우 민족반역자 독립유공자 대우 될말인가

“이 정부 사람들, 입만 열면 ‘10년 좌파정권이 나라 망쳤다’고 합니다. 자기들은 우파정권이란 얘긴데, 대체 어느 나라 우파가 독립항쟁 세력을 이처럼 홀대하고 폄훼합니까. ‘민족’과 ‘공동체’야말로 우파의 핵심 가치가 아니던가요?”

지난해 그가 소속된 광복회는 1965년 창립 이래 가장 파란만장한 1년을 보냈다. ‘건국절’ 파문으로 시작된 정부와의 불화는 연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임시정부 폄하 내용이 담긴 ‘건국 60년’ 홍보 책자를 배포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회원들은 즉각 책자 회수와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건국훈장 반납을 결의했다.


“훈장을 반납하겠다는 것은 괜한 엄포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 전체를 걸겠다는 거예요. 독립유공자들에게 훈장은 삶의 ‘존재 증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 위원은 훈장 반납 결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정부가 3·1절 이전에 가시적 조처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지난해 ‘건국 60년’ 논란과 관련해 정부와 뉴라이트 단체가 보여준 태도에는 확고한 정치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1년 역사 갈등 일지
이명박 정부 1년 역사 갈등 일지
그는 특히 지난해 12월17일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제출한 ‘건국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주시하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수립기에 활동했던 우익단체 회원들을 ‘건국 유공자’라는 이름으로 ‘독립 유공자’와 동등하게 대우하려는 방안을 담고 있다. 포상 대상에는 대한독립촉성청년연맹과 대한민주청년동맹 같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직계 조직과, 서북청년단처럼 ‘백색테러’로 악명 높았던 극우단체 조직원 등 4000여 명이 포함돼 있다.

“이 사람들이 반탁운동과 좌익 소탕에 앞장서 건국에 기여했다는 논리인데, 좋습니다. 하지만 일제 때 동족의 등에 비수를 꽂았던 무리들은 엄격히 걸러내야지요. 해방이 되자 친미·반공주의자로 변신해 출세가도를 달린 민족 반역자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건국 유공자를 독립 유공자와 동등하게 처우하겠다는 법안 취지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고 했다. 법안이 극우세력과 뉴라이트가 추진해 온 건국절 기획과 흐름을 같이 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목숨 걸고 일제에 항거한 사람과 공권력 비호를 받아가며 반대파에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이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이 법안은 건국 유공자라는 이름으로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책략입니다. 그럼으로써 현 정권은 자신의 뿌리인 친일 반공세력을 복권시키고, 그 정당성을 제도적으로 공인받겠다는 것이지요.”

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뉴라이트의 발언권이 커진 것은 정권 핵심과의 교분이나 언론의 띄우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뉴라이트와 이 대통령 모두 절차나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코드’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식민지가 됐든 독재가 됐든 근대화만 되면 그만이라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은 국토가 결딴나든 철거민이 죽어나가든 경제만 좋아지면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힌 분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뭡니까? 결과보다 절차의 정당성을 중시하는 제도 아닙니까. 이런 분들이 권력을 틀어쥐고 있으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광복회는 오는 27일로 설립 44주년을 맞는다. 조 위원은 “역대 어느 정부와도 지금처럼 대립각을 세운 적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이제라도 원로들의 충언에 귀를 열고 뉴라이트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벙커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서울보증보험 지역본부장과 중소 정보기술 업체 대표를 끝으로 현업에서 은퇴한 뒤 순국선열유족회 부회장(2003년)을 거쳐 지난해부터 광복회 이사 겸 민족정기통일특위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한동훈 버티기…“대표 사퇴 안 했으니 권성동 대행체제 불성립” 1.

한동훈 버티기…“대표 사퇴 안 했으니 권성동 대행체제 불성립”

우원식 ‘퇴근 인사’ “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불빛 함께해 든든” 2.

우원식 ‘퇴근 인사’ “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불빛 함께해 든든”

사과 없는 윤석열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3.

사과 없는 윤석열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한겨레 호외 발행…“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안 가결” 4.

한겨레 호외 발행…“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안 가결”

탄핵 의결서 대통령실 전달…윤 대통령 저녁 7시24분 직무정지 5.

탄핵 의결서 대통령실 전달…윤 대통령 저녁 7시24분 직무정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