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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교과서 수정·건국절 파문·과거사위 통폐합…역사 퇴행 ‘종합세트’

등록 2009-02-25 19:26수정 2009-02-25 19:38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실용인가, 이념인가-역사왜곡 밀어붙이기
“도착증이란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역사연구가인 김기협(59) 전 계명대 교수는 지난해 근현대사 갈등에서 드러난 정부와 뉴라이트의 태도를 ‘도착’이란 병리학 용어로 풀어냈다. 합의된 상식을 배반하며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이명박 정부의 ‘역사 바로잡기’는 그 일방향성과 폭력성을 감안할 때 단순한 ‘퇴행’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실제 근현대사를 둘러싼 갈등은 역사교과서 문제뿐 아니라 국경일 명칭 변경과 유공자 포상, 과거사 청산 기구 통폐합 등 교육과 행정·입법·사법을 아우르는 모든 영역에서 나타났다.

가장 먼저 공세를 주도한 것은 뉴라이트 단체 ‘교과서 포럼’이었다. 이들이 지난해 3월 펴낸 <대안교과서>는 이승만·박정희 정부의 공적을 집중 부각하고 제주 4·3사건을 ‘좌익 반란’으로 규정하는 등 우편향된 시각을 드러내 논란을 낳았다.

근현대사 교과서의 수정 압박에는 뉴라이트와 우익단체, 교육감, 장관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섰다. 대통령과 보수언론의 전폭적인 후원을 등에 업은 교육과학기술부는 11월28일 집필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쪽에 수정을 지시해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교과서 문제와 함께 ‘건국절’ 파동도 사회를 들썩이게 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건국 60년 기념사업단을, 5월에는 민관기구인 기념사업회를 꾸리는 등 건국절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7월에는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는 내용의 국경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갈등이 더욱 커졌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급기야 광복회가 8·15 행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결국 정부가 ‘광복절’이란 명칭을 ‘건국 60주년 기념식’ 앞에 내세움으로써 사태가 봉합되는 듯 했지만, 연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임시정부 폄하 내용이 담긴 ‘건국 60년’ 기념 책자를 군부대와 초·중등학교에 배포하면서 광복회원들이 훈장 반납을 결의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정부 시절 만들어진 각종 과거사위원회 역시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14개 과거사위 업무를 진실화해위원회로 통폐합한다”며 제출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김자동 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은 “역사를 ‘승자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승자독식 사관’의 산물”이라며 “역사를 개인이나 정치세력의 취향대로 재단하려는 이런 시도는 다수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협 전 교수는 “역사 갈등은 진보진영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수구적 극우파가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대내용’ 전략”이라며 “보수진영 안에는 여기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만한 주체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제어되지 않은 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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