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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책연구기관 정부부처가 장악?

등록 2009-02-25 14:10

올 상반기 구조개편안 확정
요즘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은 정부 각 부처에서 발표하는 정책에 입도 벙긋하지 못한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기자한테 전화를 받으면 무조건 ‘익명’을 요구한다. 자칫 정부 정책방향에 어긋나는 논리가 언론에 나갈 경우 자신은 물론 몸담고 있는 연구기관에까지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23개 국책연구기관을 통폐합하는 동시에 정부 직할체제로 돌려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기관들간 중복 기능을 없애고, 정책 현안에 대한 정부 각 부처의 연구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각 부처 산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기구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으로 변경된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 구조개편의 밑그림은 이명박 정부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그렸다. 재단은 총리실 의뢰로 연구용역을 맡아 지난해 10월 두 가지 개편안을 내놨다. 하나는 23개 국책연구기관을 곧바로 각 부처로 되돌리자는 안이고, 또다른 안은 통폐합 뒤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화재단 보고서가 나온 뒤 두 차례 열린 공청회에서 학계와 연구기관 노조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연구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할 연구기관을 ‘지식의 시녀’로 전락시킬 위험이 큰 탓이다.

총리실은 아직 내부 검토작업이 끝나지 않았고 상반기 안에 최종 확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연구기관 노조 쪽은 총리실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개편해 ‘국가전략연구원’을 신설하고, 다른 연구기관들은 통폐합해 각 부처에 환원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가전략연구원이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맡고, 부처 산하 연구기관은 단기정책 현안을 맡는 쪽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원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노조지부장은 “연구용역 수행기관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은 보수적 이념성향이 뚜렷한 단체여서 개편안 연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고 공론화된 적도 없는 검증되지 않은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박명호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도 “개별 부처로 연구기관 환원은 시대정신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실제 연구 수행 과정에서 중장기 전략과 단기현안 과제가 분리될 수 있다는 발상도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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