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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세상살이 자유로워졌나
절망감 커지는 방송언론인들
절망감 커지는 방송언론인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 방송을 제편으로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공’을 들였다. 권력의 전방위적 압박에 정연주 한국방송 전 사장은 조기 퇴진했고, 와이티엔에는 특보 출신 사장이 임명돼 지금껏 내홍을 겪고 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편파 심의 논란도 이런 압박의 한 갈래로 받아들여졌다.
방송 종사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방송> 등 지상파 3사와 <와이티엔> 등의 기자·피디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리로 뛰쳐나갔다. 현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게 이들의 외침이었다. 그렇다면 방송사 기자와 피디들이 체감한 지난 1년 ‘언론의 자유’ 눈금은 어느 위치에 있을까? 상당수 기자와 피디들은 “오랜 세월 쌓아온 민주적 방송 시스템이 단 일 년 만에 붕괴됐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의 자유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 한국방송 15년차 피디
“이명박 정부가 사장 교체 후 짧은 시간 만에 케이비에스를 정치화했고, 교체된 사장은 제작현장을 장악하면서 케이비에스의 정치화를 구조화·일상화시키고 있다. 제작자율성이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정치화를 견제하려는 노력들은 ‘방송산업 위기’ 논리 앞에서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된다. 경영위기를 이유로 편성권도 사실상 경영진이 행사한다.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폐지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사라졌다. ‘동행’(1월초 방영돼 이 대통령 홍보 논란을 일으킨 ‘현장르포 동행’의 ‘동행 1년, 희망을 만난 사람들’ 편) 해프닝에서처럼, 심지어 소외된 사람을 다룬다면서도 정권을 홍보하고 있다.”
■ 한국방송 9년차 기자
“케이비에스 내부엔 불신과 패배주의가 가득하다. 경영진이 보복 수준의 인사와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한 후 사내 소통 시스템도 퇴행적으로 회귀하고,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명하달식 취재 지시가 되살아났다. 정권에 밉보이기 싫은 경영진은 정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보도에 소극적이다. 검찰 주장 위주로 전달한 용산 참사 보도는 내·외부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최근 ‘뉴스9’ 시청률 하락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간부들은 원인으로 기자들의 능력 부족을 탓했다. ‘정부 방송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외부 평가와는 매우 괴리가 크다. 결국 기자들의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비판의식만 거세됐다.”
■ 문화방송 23년차 피디
“정권의 언론탄압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고문만 빼고 다 한다. 정권의 탄압은 당연히 있는 건데 이 정권은 너무 무식하게 한다. 은근히 하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알릴까 고민되지만, 단순무식하게 하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 거리로 나가서 싸우면 국민 설득이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에서는 권력 비판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했지만, ‘정치 심의’의 실체를 만천하가 다 알고 있고, 우리 스스로 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주제 선정에서 위축되지 않는다. 국장이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다만 사장이 외부눈치를 보고 직접 나서면 이겨내기 힘들다.” ■ 에스비에스 15년차 기자 “사기업이다 보니 어느 정권에서나 제대로 ‘각’을 세우지 못한다. 현 정부에서는 대운하와 인사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연말 총파업 때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불법파업’ 발언 다음날 바로 보도국장이 ‘가담자 사규 따라 조처’란 단신 뉴스를 직접 써서 내보낸 일은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본 예다. 보도국이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이 없다. ” ■ 와이티엔 개국 당시 입사 기자 “와이티엔이 개국한 1995년은 권위주의 시대가 물러가면서 언론보도의 성역이 사라지던 때였다. 개국 이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와이티엔의 주력으로 성장해온 젊은 기자들은 상식적으로 ‘낙하산 사장’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해고자 발생도 처음이고 무더기 줄소송도 처음이다. 경영진은 구본홍씨 홍보를 위해 방송을 사용한다. 지난해 10월 구씨가 참석한 ‘랜덱스 2008’ 개막식을 뉴스로 생중계했고, 12월엔 구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려는 기획취재는 통과 자체가 안 된다. ” ■ 지티비 강원민방 9년차 카메라감독 “정부·여당은 지역방송을 고사시키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방송법이 지역을 살린다’는 비현실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 대기업이 지역방송에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건데 이윤을 노리는 대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일 리도 만무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대기업은 언론을 사익의 도구로 오용할 우려가 크다. 그건 대안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지역방송 매출이 뚝 떨어졌다. 보도·제작기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지역언론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전엔 문화기지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했지만, 앞으론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문영 권귀순 기자 moon0@hani.co.kr
“정권의 언론탄압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고문만 빼고 다 한다. 정권의 탄압은 당연히 있는 건데 이 정권은 너무 무식하게 한다. 은근히 하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알릴까 고민되지만, 단순무식하게 하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 거리로 나가서 싸우면 국민 설득이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에서는 권력 비판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했지만, ‘정치 심의’의 실체를 만천하가 다 알고 있고, 우리 스스로 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주제 선정에서 위축되지 않는다. 국장이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다만 사장이 외부눈치를 보고 직접 나서면 이겨내기 힘들다.” ■ 에스비에스 15년차 기자 “사기업이다 보니 어느 정권에서나 제대로 ‘각’을 세우지 못한다. 현 정부에서는 대운하와 인사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연말 총파업 때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불법파업’ 발언 다음날 바로 보도국장이 ‘가담자 사규 따라 조처’란 단신 뉴스를 직접 써서 내보낸 일은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본 예다. 보도국이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이 없다. ” ■ 와이티엔 개국 당시 입사 기자 “와이티엔이 개국한 1995년은 권위주의 시대가 물러가면서 언론보도의 성역이 사라지던 때였다. 개국 이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와이티엔의 주력으로 성장해온 젊은 기자들은 상식적으로 ‘낙하산 사장’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해고자 발생도 처음이고 무더기 줄소송도 처음이다. 경영진은 구본홍씨 홍보를 위해 방송을 사용한다. 지난해 10월 구씨가 참석한 ‘랜덱스 2008’ 개막식을 뉴스로 생중계했고, 12월엔 구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려는 기획취재는 통과 자체가 안 된다. ” ■ 지티비 강원민방 9년차 카메라감독 “정부·여당은 지역방송을 고사시키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방송법이 지역을 살린다’는 비현실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 대기업이 지역방송에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건데 이윤을 노리는 대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일 리도 만무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대기업은 언론을 사익의 도구로 오용할 우려가 크다. 그건 대안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지역방송 매출이 뚝 떨어졌다. 보도·제작기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지역언론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전엔 문화기지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했지만, 앞으론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문영 권귀순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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