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7일 오후 전북 익산시 익산문화원에서 열린 전북광역경제권 발전구상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익산/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광운대특강 “BBK 28% 수익 났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지난 2000년 서울 광운대 특강 동영상 내용은 이 후보 쪽과 검찰이 ‘사용된 적 없다’고 했던 마프(MAF)펀드와 이뱅크코리아의 홍보책자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또 이 후보가 강연을 통해 비비케이(BBK)의 펀드운용 실적을 홍보하는 등 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선 정황도 묻어난다.
BBK 자금 굴리는 마프펀드 수익률과 일치
특강서 인용하며 “관여안해” 설득력 잃어
마프펀드 홍보책자엔 ‘이명박 회장’ 명시
■ 이 후보 강연, 비비케이 홍보책자와 일치=이 후보는 특강에서 “비비케이투자자문회사는 이미 (2000년) 9월 말로 28.8% 이익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후보가 회장으로 표기된 이뱅크코리아의 홍보책자를 보면 11쪽에 “마프펀드가 99년10월부터 2000년9월까지 28.84%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나와 있다. 또 마프펀드 홍보책자 2∼3쪽에도 ‘1999.10∼2000.9까지 28.84%의 절대수익 실현’이라고 소개돼 있다.
마프펀드 홍보책자엔 이 후보가 마프펀드의 회장, 김백준씨가 부회장, 김경준씨가 사장으로 각각 표기돼 있다. 이 후보와 비비케이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이 홍보책자가 제시되자 이 후보는 김경준씨가 혼자서 만들었으며,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지난 5일 수사발표 때 참고인 진술을 근거로 이 후보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이 후보의 광운대 특강은 2000년 10월17일에 이뤄졌고, 두 개의 홍보책자가 작성된 시점도 그해 10∼11월이었다. 결국 이 후보가 강연에서 두 개의 홍보책자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김경준씨가 혼자 홍보책자를 만들었거나, 실제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 후보 쪽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 홍보책자에는 이 후보와 비비케이 관련성 명시=이 후보는 특강에서 “제가 이제 대한민국에 와서, 21세기에 맞는 인터넷 금융그룹을 만들었다”, “금년 1월달에 비비케이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룹’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그룹에는 복수의 계열사가 있어야 한다.
이 후보가 강연에서 언급한 ‘인터넷금융그룹’은 마프펀드 홍보책자에는 ‘이뱅크금융서비스그룹’으로, 이뱅크코리아 홍보책자에는 ‘이뱅크코리아’로 나와 있다. 마프펀드 홍보책자의 6쪽을 보면, 이뱅크금융서비스그룹은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가 설립한 것으로 나온다. 비비케이투자자문과 사이버증권회사인 이뱅크증권중개가 그룹의 자매회사다. 지주회사의 소유주(대주주)는 각 계열사(자매회사)를 거느리고, 각 회사들의 경영 결과에 대한 이익을 거두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결국 2개의 홍보책자로만 보면, 이 후보가 비비케이의 실질적 소유주로 명시돼 있는 것이다. ■ 새로운 금융기술의 의미=이 후보는 또한 특강에서 “제가 하는 금융회사는 새로운 고도의 금융기술을 한국 금융계에 보여주려고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중앙일보> 등과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고도의 금융기술’은 김경준씨가 한국적 상황에 맞춰 개발했다는 ‘차익거래’(아비트리지)를 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익거래 기법을 썼던 회사는 바로 비비케이투자자문이었다. 그런데 마프펀드 홍보책자의 2쪽에는 “고도의 정보분석 방법과 위험관리 기법을 요하는 차익거래를 한국시장에 접목한” ‘높은 수익, 무위험’의 펀드라고 안내되어 있다. 이 후보가 심텍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보여준 홍보책자도 바로 이 마프 홍보책자인 것으로 보인다. 심텍의 전영호 회장이 이명박 후보 쪽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며 보낸 서한에도 “이명박 회장님의 사진이 실린 회사 카탈로그에 무위험 고수익 펀드, 즉 원금을 보장하는 펀드라는 말을 믿고 투자했던 것”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으로 소개된 이 후보의 강연과 마프펀드 홍보책자를 종합해 살펴보면, 사실상 이 후보가 비비케이 투자를 유치하는 ‘전도사’로 적극 활동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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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서 인용하며 “관여안해” 설득력 잃어
마프펀드 홍보책자엔 ‘이명박 회장’ 명시
이 후보가 강연에서 언급한 ‘인터넷금융그룹’은 마프펀드 홍보책자에는 ‘이뱅크금융서비스그룹’으로, 이뱅크코리아 홍보책자에는 ‘이뱅크코리아’로 나와 있다. 마프펀드 홍보책자의 6쪽을 보면, 이뱅크금융서비스그룹은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가 설립한 것으로 나온다. 비비케이투자자문과 사이버증권회사인 이뱅크증권중개가 그룹의 자매회사다. 지주회사의 소유주(대주주)는 각 계열사(자매회사)를 거느리고, 각 회사들의 경영 결과에 대한 이익을 거두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결국 2개의 홍보책자로만 보면, 이 후보가 비비케이의 실질적 소유주로 명시돼 있는 것이다. ■ 새로운 금융기술의 의미=이 후보는 또한 특강에서 “제가 하는 금융회사는 새로운 고도의 금융기술을 한국 금융계에 보여주려고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중앙일보> 등과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고도의 금융기술’은 김경준씨가 한국적 상황에 맞춰 개발했다는 ‘차익거래’(아비트리지)를 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익거래 기법을 썼던 회사는 바로 비비케이투자자문이었다. 그런데 마프펀드 홍보책자의 2쪽에는 “고도의 정보분석 방법과 위험관리 기법을 요하는 차익거래를 한국시장에 접목한” ‘높은 수익, 무위험’의 펀드라고 안내되어 있다. 이 후보가 심텍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보여준 홍보책자도 바로 이 마프 홍보책자인 것으로 보인다. 심텍의 전영호 회장이 이명박 후보 쪽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며 보낸 서한에도 “이명박 회장님의 사진이 실린 회사 카탈로그에 무위험 고수익 펀드, 즉 원금을 보장하는 펀드라는 말을 믿고 투자했던 것”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으로 소개된 이 후보의 강연과 마프펀드 홍보책자를 종합해 살펴보면, 사실상 이 후보가 비비케이 투자를 유치하는 ‘전도사’로 적극 활동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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