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2007년 대선 선거인수 비교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87년 여론, 지방→서울
2007년엔 서울→지방
‘서울이 경제주도’ 흐름 반영 “고향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이번엔 000를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1987년) “서울에 사는 우리 자식들이 그러는데 이번엔 000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2007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다섯번째 선거가 다가왔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한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선거인 숫자가 2500만명 남짓에서 3750만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서울·인천·경기를 합친 수도권 선거인은 1천만에서 180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전체 선거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2.0%(87년), 44.7%(92년), 45.5%(97년), 47.0%(02년), 48.3%(07년)으로 늘었다. 어느 새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각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줄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는 아니다. 1987년만 해도 지방의 여론이 서울로 ‘북상’했다. 2007년엔 거꾸로 수도권의 여론이 지방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지방의 부모가 쥐고 있던 경제 주도권이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 넘어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 영상전화 광고에 지방의 부모가 서울의 자식에게 텔레비전과 세탁기를 바꿔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사회상의 반영이다. 설이나 추석 연휴에 지방의 부모가 서울의 자식을 찾아가는 ‘역귀성’이 많아지는 것도 단순한 교통편의 때문만은 아니다. 지방에서는 인천·경기도 그냥 ‘서울’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힘’은 당연히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영남이 아니다. 수도권이다. 서울시장을 지낸 덕분일 것이다. 지난 17일 〈한겨레〉 여론조사(1천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이명박 후보는 서울에서 59.6%, 인천·경기에서 59.3%였다. 영남은 59.3%였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8월 경선에서도 서울의 덕을 톡톡이 봤다. 영남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4300표를 뒤졌지만, 서울에서 5천표를 이겼다. 서울의 선거인단이 워낙 많은 탓에 영남의 패배를 벌충하고도 남은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텃밭’을 서울이라고 하고, 한나라당이 ‘수도권 정당’임을 자부하는 것도 당연하다. 반대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부진’은 바로 수도권의 문제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는 전체 지지율이 19.0%였는데, 서울에서 15.8%, 인천·경기에서 15.5%에 그쳤다. 영남의 16.0%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다면 필패다.
정 후보 캠프에서도 심각성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수도권 유권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을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4대 불안(교육·노후·주거·일자리) 해소 대책이다. 이재경 전략기획실장은 “수도권을 승부처로 본다”며 “수도권 40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갈등의 본질을 비정상적인 수도권 집중에서 찾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대한 중앙권력을 나누려고 했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는 그런 철학적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서울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2007년엔 서울→지방
‘서울이 경제주도’ 흐름 반영 “고향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이번엔 000를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1987년) “서울에 사는 우리 자식들이 그러는데 이번엔 000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2007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다섯번째 선거가 다가왔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한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선거인 숫자가 2500만명 남짓에서 3750만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서울·인천·경기를 합친 수도권 선거인은 1천만에서 180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전체 선거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2.0%(87년), 44.7%(92년), 45.5%(97년), 47.0%(02년), 48.3%(07년)으로 늘었다. 어느 새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각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줄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는 아니다. 1987년만 해도 지방의 여론이 서울로 ‘북상’했다. 2007년엔 거꾸로 수도권의 여론이 지방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지방의 부모가 쥐고 있던 경제 주도권이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 넘어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 영상전화 광고에 지방의 부모가 서울의 자식에게 텔레비전과 세탁기를 바꿔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사회상의 반영이다. 설이나 추석 연휴에 지방의 부모가 서울의 자식을 찾아가는 ‘역귀성’이 많아지는 것도 단순한 교통편의 때문만은 아니다. 지방에서는 인천·경기도 그냥 ‘서울’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힘’은 당연히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영남이 아니다. 수도권이다. 서울시장을 지낸 덕분일 것이다. 지난 17일 〈한겨레〉 여론조사(1천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이명박 후보는 서울에서 59.6%, 인천·경기에서 59.3%였다. 영남은 59.3%였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8월 경선에서도 서울의 덕을 톡톡이 봤다. 영남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4300표를 뒤졌지만, 서울에서 5천표를 이겼다. 서울의 선거인단이 워낙 많은 탓에 영남의 패배를 벌충하고도 남은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텃밭’을 서울이라고 하고, 한나라당이 ‘수도권 정당’임을 자부하는 것도 당연하다. 반대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부진’은 바로 수도권의 문제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는 전체 지지율이 19.0%였는데, 서울에서 15.8%, 인천·경기에서 15.5%에 그쳤다. 영남의 16.0%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다면 필패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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