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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예상밖 선전? 변화 열망 ‘심바람’ 불고 있다”

등록 2007-09-04 14:16수정 2007-09-04 14:28

민주노동당 심상정 경선후모. 사진 김종수 기자.
민주노동당 심상정 경선후모. 사진 김종수 기자.
[2007대선 유권자와 함께하는 경선후보 검증]
심상정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는 지난 2일 이뤄진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과의 인터뷰에서, 결선 투표가 이뤄지면 노회찬 후보와 연대할지 묻는 질문에 “정파선거를 반대했던 사람으로 (노 후보 지지선언을 함으로써 나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강제하기 어렵다”며 “(결선 투표에서는) 당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심 후보에 앞서 <한겨레>를 만난 노 후보가, 결선 투표가 벌어지면 심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던 것과는 다른 길을 제시한 셈이다. 심 후보가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노 후보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당원들이 이번 경선을 권영길로 대표되는 ‘과거’와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미래’의 싸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민노당이 집권하면 과연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느냐’라는 질문에는 “비판적 역할에 머물렀던 민노당으로서는 매우 중요하게 새겨들어야 할 질문이다. 지난 4년간의 원내경험 등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답했다.

노회찬과 연대? “정파선거 반대…당원이 선택할 것”
국정운영 능력 “4년 의정경험, 대안제시에 힘썼다”

다음은 <한겨레>와 참여연대가 함께 구성중인 ‘100인 유권자위원회’ 지원자들이 전자우편으로 보낸 질문을 심 후보에게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은 것이다.

-경선 초반엔 ‘3위 후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 투표 결과를 보면 예상을 깨고 선전하고 있다.


=지금도 3위다.(웃음) 심상정이 안나왔으면 전통적 정파구도로 흘러갈 뻔 했는데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내용있는 경선으로 가고 있다. 민노당의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강력한 심상정 바람(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심바람’을 서울까지 몰아 대역전 드라마, 민주노동당의 대선 승리로 만들겠다.

-노회찬 후보가 2위에 당선되고, 결선투표까지 가면 노 후보를 공개 지지할 용의가 있는가?

=공개 지지는 당원들에 대한 월권이라고 본다. 정파투표를 반대해 온 사람으로서 지지선언을 통해 나를 지지해 온 분들을 강제하기 어렵다. 결선 투표에서는 당연히 변화·혁신을 열망하는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그런 기조를 실천해 온 것으로 충분히 입장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

-국방 의무가 있는 현실에서 군복무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평등’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한다. 군 가산점은 여성·장애인, 비제대 군인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권 등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이들의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다. 군 복무자에 대해서는 군대 제도·문화의 개혁, 군인에 대한 복리후생 확대와 학습권 보장, 이 밖에 수용가능한 합리적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과연 심 후보가 집권하면 국정 운영이 가능하겠는가?

=민노당이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비판적 역할에 머물러왔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새겨들어야 할 질문이다. 민노당은 지난 4년간 원내경험, 지역사회활동, 노동·농민조직과의 연대활동을 통해 국정운영 준비를 연마하고 있다. 특히 원내활동 경험을 거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나 역시 미래 국정운영을 위해 대안경제비전, 한-미 자유무역협정 대안 등을 마련하고 진보진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민노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있는데 대선에서 끌어 올릴 방법이 있는가?

=2004년 총선 직후 민노당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경제무능당, 정파당, 친북당, 민주노총당 등의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국정운영능력을 보여주는 미래비전과 촘촘한 정책, 일상적 사회경제 현안에 대한 정확한 개입, 서민들의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옹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족보 정파의 컨텐츠 정파로 전환 등의 자기혁신을 수행해야 한다.

-심 후보의 남편인 이승배(51)씨도 과거 노동운동의 지도자였는데, 언론에서 한번도 못 본 것 같다. 선거과정에서 남편의 역할은?

=본선에 가면 당연히 파트너로서 역할이 주어질 것이고 그 역할은 수용할 것으로 본다. 내가 열심히 하면서 남편이 지원해야 할 영역이 늘고 있다. 주로 정책모니터링을 많이 해줬고, 최근엔 선거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후보 남편이라고 언론에 까지 나와서 역할을 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심상정 후보, 유권자 질문에 답하다

[%%TAGSTORY1%%]

생년월일 : 1959년 2월20일

태어난 곳 : 경기도 파주

초·중·고·대학 : 대조초등학교, 충암중학교, 명지여고, 서울대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주요경력 3개 : 구로공단 미싱사, 전노협 조직국장,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가족관계 : 남편과 중2짜리 아들

종교 : 없음. 수배 시절 절에서 피신했고,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달 용돈 : 남으면 쓴다

자신을 한 단어 또는 동물이나 사물로 표현하면 : 복돼지

장점 : 언행일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

단점 : 짝사랑

가장 행복했던 순간 : 2004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 당선이 확정된 이후 아들과 포옹했을 때

어릴 때 꿈 : 역사 선생님

좌우명 : 밤이 깊을수록 별이 더욱 빛난다

첫사랑 : 대학교 2학년때 데모하다가 만난 선배

가장 후회하는 일 : 한진중공업 노조 김주익 지부장의 죽음을 막지 못한 일

좋아하는 연예인, 운동선수 : 영화배우 문소리와 축구선수 박지성

감명깊었던 영화, 드라마 : 영화 <씨네마천국>. 인생 그 자체인 영화다

사람을 평가하는 3가지 기준 : 살아온 이력, 언행일치·정직함, 창조적 상상력

자신이 가장 멋져 보였을 때 : 아이를 낳았을 때. 10개월간 내 안에 우주를 품었다가 세상에 내놓는 일은 상상보다 짜릿했다.

스트레스 해소법 : 혼자 있기, 잠자기

주량 : 맥주 500cc

징크스 :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가까운 사람에게 존댓말을 쓴다

나를 가장 분노케 하는 일, 사람 : 약속 안 지키는 사람

노래방 애창곡 :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취미 : 독서, 등산, 요리

요즘 가장 고마운 사람 : 남편과 아들, 그리고 경선드라마를 만들어준 당원동지들.

일 잘 하고 못된 사람, 일은 못 해도 착한 사람 가운데 누구와 일할지 : 일 잘하고 못된 사람. 그러나 일 잘하고 착한 사람을 ‘수배’해보겠다

가장 심했던 슬럼프는 언제였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 아이 낳고 직장에 복귀했을 때, 열심히 일하는 걸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사주·점 등을 본 적 있는지. 봤다면 얼마나 자주 봤고, 얼마나 적중했는지 : 대학입시 때 엄마랑 본 게 전부인데, ‘합격’을 맞혔다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다음날 뭘 할 건지 :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의 뜻을 되짚어보며 공원을 산책하겠다

인터뷰 후기

참모들 볼일보러 나가 직접 마실 음료 챙겨와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 교수들이 2일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을 때 사무실에는 심상정 후보 혼자였다. 문을 열어주고 의자를 권한 것도, 음료를 대접한 것도 심 후보였다. 참모들은 다들 제 볼일을 보러 나갔다고 했다. 심 후보가 오렌지주스와 갓 내린 원두커피, 시원한 물을 쟁반 가득 담아왔다. 취향대로 골라 마시라는 배려인 듯했다.

인터뷰 중에 손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엄마! 제가 지금 인터뷰중인데요, 다시 전화드릴게요” 친정 엄마인가 보다. 저런 전화는 비서진들이 다 알아서 잘라주는 게 보통인데…. 마치 늦여름 툇마루에서 수박이라도 한덩어리 썰어놓고 손님을 맞는 한가로움과 느긋함이 배어 나왔다.

그러나 인터뷰가 본격화되자, 심 후보는 텔레비전 심야토론에서 봐오던 그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김기원 교수가 “신자유주의라고 하면 (국민들이) 알아듣겠냐”고 압박하자 “민주화운동 세대의 용어가 많이 보편화됐지만 상당히 오염됐다”며 “진보적인 언어를 반복사용해 대중들에게 익숙하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서민이 주인되는 사회를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서민이 아닌 사람은 노예가 되나”라는 질문에는 “정당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국민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 가운데 종부세·정경유착 완화 등 평가할 만한 대목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 한 건 아니다. 국민들이 한 것이지 노 대통령이 한 건 아니다”라고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대목도 있었다. 구갑우 교수가 “‘심상정 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는 대외정책 전반의 기조가 없다”고 지적하자, “솔직히 종합적인 시각을 갖고 있진 못하다. 통상 측면에서의 공약과, 반전평화국가로서의 위상 두 축 말고는 (대외정책으로) 검토된 게 없다”고 했다. 거꾸로 “‘사회적 아시아’라는 용어가 잘 이해되는지 고민을 했다”며 자문단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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