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맨 왼쪽)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 김기원 방송대 교수(왼쪽 두번째부터),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2007 대선 유권자와 함께하는 경선후보 검증]
■ 사회정책 살펴보니
“취약계층 보호 주력…정부개임 확대, 양날의 칼” 심상정 경선후보 역시 사회정책의 핵심주제는 ‘일자리’였다. 그 첫번째 방안은 현재 존재하는 비정규직의 약 절반인 425만명을 정규직화하는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불법파견을 제도적으로 봉쇄함은 물론, 그 이후에도 문제가 되는 비정규직은 초과 이윤을 내는 재벌 대기업에 고용 책임을 공유하는 의미에서 고용안정세를 부과하려 한다. 여성정책도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여성 내부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심 후보는 특히 여성의 빈곤과 실업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와 계약을 맺는 기업에 대한 여성고용할당제, 그리고 여성과 고령자를 주된 타깃으로 구성되는 총 100만개의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 만들기 등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주요 공약이다. 급격한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의 대폭 강화, 노인부의 신설도 고민하고 있다. 심 후보는 또한 노사관계 개혁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책임은 대기업 노조가 아닌 “노동배제 정책을 해온 정부”에 있다는 단호한 입장에 따라, 노동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고, 현재의 기업별 체제를 산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심상정 후보 사회정책 살펴보니 [%%TAGSTORY1%%]
전반적으로 노동·사회 분야 주요 이슈에 대한 심 후보의 이해도와 공약의 구체성은 높은 수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이들 맘대로 낳으시라, 다 길러주겠다”고 해서 한때 믿어볼까 고민했었다는 심 후보는 바로 이런 어려움을 실제로 경험한 자신이 더 나은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시하였다. 실제 그의 표현대로 “보수는 여성이 핸디캡이지만, 진보는 여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등 고용의 질과 양의 저하와 관련해 산적한 난제들은 심 후보가 중시하는 정부의 세금이나 규제 뿐만 아니라, 노사 주체들의 사회적 대화와 자율적 교섭을 통해서도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산업이나 업종에 따라 비정규직의 활용방식이나 차별의 내용이 모두 다르며, 또 이렇게 많은 규제의 대상을 정부가 완벽하게 모니터링하고 시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아쉬웠던 것은 심 후보 정책이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및 일자리를 위주로 구성되어, 학력과 학벌·성별 그리고 고용형태별로 존재하는 견고한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시장에서의 효율적 배치의 부재 등과 관련한 정책개발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때때로 현실에서 심 후보가 보여준 중앙 집중적 정부정책에 대한 확신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특히 빠른 기술발전과 조직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노동시장, 노사관계와 관련된 정부의 개입은 수많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면에서 찬탄과 더불어 우려도 동시에 자아낸 인터뷰였다. 이주희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이화여대 교수·사회학) ■ 경제정책 살펴보니
“세박자 경제론 산뜻…소통 중요성은 간과” 심상정 후보라 하면 똑 부러짐이 떠오른다. 외환평형기금과 관련해 장관을 쩔쩔매게 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토론에선 방송사를 휩쓸고 다녔다. 우수 국회의원에 여러 번 선정된 것도 이런 실력 덕분이리라. 이번 당내 경선에서도 ‘세박자 경제론’이라는 산뜻한 구호를 들고 나와 주목을 끌었다. 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라는 삼중구조로 된 미래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도 상당히 내놓았다. 특히 서민은행 설립과 같은 것들은 경청할 만한 부분이다. 이리 해서 ‘정책의 심상정’이라 할 만큼 된 것은 본인이 국회 재경위에 배속돼 열심히 공부한 성과다. 게다가 정책현장에서 부대껴 본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화려한 자문그룹을 구성할 만큼 인덕도 있는 모양이다. 민주노동당의 발전은 이런 외연의 확대가 얼마나 가능한가가 관건의 하나다. 다만 정태인씨가 심 후보 정책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두고 당내 논란이 벌어진 것은, 당이 성숙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그런데 이랜드 사태에서 노동쟁의로 피해보는 관련 상인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특히 불매운동이 기업주와 기업을 혼동하는 부적절한 운동방식이 아닌가 하고 묻자 거침없던 심후보도 약간 당황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통해 종합적 사고를 길렀다”면서 “미국 금융자본의 영향력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충하는 집단 이해관계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조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 요구되는 셈이다. ▶심상정 후보 경제정책 살펴보니 [%%TAGSTORY2%%] 그가 공약에서 강조한 ‘서민이 주인되는 세상’도 덜 종합적인 사고의 산물인 듯싶다. 서민이 주인 되면 서민 아닌 사람은 노예로 되느냐고 짓궂게 따지니 “그건 아니다”고 했다. 주인이니 아니니 하는 차별이 없는 세상이 우리의 목표라면 프롤레타리아 독재론의 냄새가 남아있는 사고나 용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심 후보는 정책실력이 자신만만한 탓인지 소통방식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내거는 ‘사회공공체제’의 내용이 북유럽체제와 다른 게 별로 없는데 굳이 사회공공체제를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사회주의의 지속가능성을 검증하는 이행기체제’라고 규정하는 것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는 “이게 당 강령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다”고 했는데, 정작 재벌과 관련해 당 강령에 “총수의 지분을 강제 환수한다”는 내용이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정책, 특히 경제정책으로 당내 후보를 선출한다면 심 후보가 유망하다. 하지만 다른 자질이 더 중요하게 여겨져 결과가 달리 나오더라도 당과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심 후보가 할 일은 너무 많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한 가지만 주문하기로 하자. 최말단 서민인 성매매 여성들이 국회 앞에서 50일간 농성할 때 심 후보는 그 현장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서민의 삶에 당이 더 가까이 가는 데도 그가 앞장섰으면 한다. 김기원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장(방송대 교수·경제학) ■ 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남북 동시 발전 ‘평화경제론’눈길
외교정책 추진전략 체계화 덜돼 심상정 경선후보에게도 외교정책의 기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심 후보는 네 가지의 과제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호혜적 국제경제관계’의 모색이다. 서민을 경제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의 주체로 만드는 서민경제론에 기초한 국제협력의 추진이다. 둘째, ‘반전·평화국가’의 위상을 분명히 하는 평화외교의 추구다. 셋째, ‘윤리·환경외교’의 실천이다. 양극화 해소와 생태친화적 발전을 위한 국제적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사회적 아시아’의 실현이다. 아시아 시민의 사회적 권리가 보장되는 경제통합체를 건설하려는 기획이다. 사회적 아시아 기획에는, 아시아 물류·에너지 네트워크의 구축 및 아시아 통화협력체의 건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심 후보의 외교정책 기조에 조응하는 한반도 차원의 기획이 ‘한반도 평화경제론’이다.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평화국가의 지향과 사회적 권리가 보장되는 경제공동체 구상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대북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심 후보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위해 한국의 선도적 군축과 남북의 상호군축 그리고 한미동맹의 점진적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여느 진보진영의 구상과 다를 바 없다. ▶심상정 후보 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TAGSTORY3%%] 그러나 심 후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반도 경제 발전을 위한 구상을 한반도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연계하고 있다. 미국형 자유무역협정이 강대국과 초국적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는 구상이라면, 심 후보의 ‘한반도 호혜경제협정’은 한반도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체제를 지향하는 경제협력의 모형이다. 즉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남북 모두에서 사회적 공공성이 확대되는 정치경제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즉 남북 모두의 체제전환을 추구한다. 북의 일방적인 체제전환만을 고려하는 대북정책과의 차이다. 한반도 평화경제론에서 사기업보다 공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심 후보는, 경제적 개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적극적 대안 제시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남북관계에서도 사회적 차원이 고려된 경제협력의 모형을 만들려 하고 있다. 심 후보의 공약에서는 실현가능한 ‘진보적’ 외교정책의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군사적 문제와 경제통상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외교정책, 국제적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사회적 아시아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공간적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두 지역정책의 제도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와 추진전략이 체계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리고 심 후보의 주장이 진보진영 내부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구갑우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북한학)
“취약계층 보호 주력…정부개임 확대, 양날의 칼” 심상정 경선후보 역시 사회정책의 핵심주제는 ‘일자리’였다. 그 첫번째 방안은 현재 존재하는 비정규직의 약 절반인 425만명을 정규직화하는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불법파견을 제도적으로 봉쇄함은 물론, 그 이후에도 문제가 되는 비정규직은 초과 이윤을 내는 재벌 대기업에 고용 책임을 공유하는 의미에서 고용안정세를 부과하려 한다. 여성정책도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여성 내부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심 후보는 특히 여성의 빈곤과 실업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와 계약을 맺는 기업에 대한 여성고용할당제, 그리고 여성과 고령자를 주된 타깃으로 구성되는 총 100만개의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 만들기 등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주요 공약이다. 급격한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의 대폭 강화, 노인부의 신설도 고민하고 있다. 심 후보는 또한 노사관계 개혁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책임은 대기업 노조가 아닌 “노동배제 정책을 해온 정부”에 있다는 단호한 입장에 따라, 노동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고, 현재의 기업별 체제를 산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심상정 후보 사회정책 살펴보니 [%%TAGSTORY1%%]
전반적으로 노동·사회 분야 주요 이슈에 대한 심 후보의 이해도와 공약의 구체성은 높은 수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이들 맘대로 낳으시라, 다 길러주겠다”고 해서 한때 믿어볼까 고민했었다는 심 후보는 바로 이런 어려움을 실제로 경험한 자신이 더 나은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시하였다. 실제 그의 표현대로 “보수는 여성이 핸디캡이지만, 진보는 여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등 고용의 질과 양의 저하와 관련해 산적한 난제들은 심 후보가 중시하는 정부의 세금이나 규제 뿐만 아니라, 노사 주체들의 사회적 대화와 자율적 교섭을 통해서도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산업이나 업종에 따라 비정규직의 활용방식이나 차별의 내용이 모두 다르며, 또 이렇게 많은 규제의 대상을 정부가 완벽하게 모니터링하고 시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아쉬웠던 것은 심 후보 정책이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및 일자리를 위주로 구성되어, 학력과 학벌·성별 그리고 고용형태별로 존재하는 견고한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시장에서의 효율적 배치의 부재 등과 관련한 정책개발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때때로 현실에서 심 후보가 보여준 중앙 집중적 정부정책에 대한 확신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특히 빠른 기술발전과 조직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노동시장, 노사관계와 관련된 정부의 개입은 수많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면에서 찬탄과 더불어 우려도 동시에 자아낸 인터뷰였다. 이주희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이화여대 교수·사회학) ■ 경제정책 살펴보니
“세박자 경제론 산뜻…소통 중요성은 간과” 심상정 후보라 하면 똑 부러짐이 떠오른다. 외환평형기금과 관련해 장관을 쩔쩔매게 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토론에선 방송사를 휩쓸고 다녔다. 우수 국회의원에 여러 번 선정된 것도 이런 실력 덕분이리라. 이번 당내 경선에서도 ‘세박자 경제론’이라는 산뜻한 구호를 들고 나와 주목을 끌었다. 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라는 삼중구조로 된 미래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도 상당히 내놓았다. 특히 서민은행 설립과 같은 것들은 경청할 만한 부분이다. 이리 해서 ‘정책의 심상정’이라 할 만큼 된 것은 본인이 국회 재경위에 배속돼 열심히 공부한 성과다. 게다가 정책현장에서 부대껴 본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화려한 자문그룹을 구성할 만큼 인덕도 있는 모양이다. 민주노동당의 발전은 이런 외연의 확대가 얼마나 가능한가가 관건의 하나다. 다만 정태인씨가 심 후보 정책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두고 당내 논란이 벌어진 것은, 당이 성숙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그런데 이랜드 사태에서 노동쟁의로 피해보는 관련 상인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특히 불매운동이 기업주와 기업을 혼동하는 부적절한 운동방식이 아닌가 하고 묻자 거침없던 심후보도 약간 당황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통해 종합적 사고를 길렀다”면서 “미국 금융자본의 영향력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충하는 집단 이해관계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조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 요구되는 셈이다. ▶심상정 후보 경제정책 살펴보니 [%%TAGSTORY2%%] 그가 공약에서 강조한 ‘서민이 주인되는 세상’도 덜 종합적인 사고의 산물인 듯싶다. 서민이 주인 되면 서민 아닌 사람은 노예로 되느냐고 짓궂게 따지니 “그건 아니다”고 했다. 주인이니 아니니 하는 차별이 없는 세상이 우리의 목표라면 프롤레타리아 독재론의 냄새가 남아있는 사고나 용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심 후보는 정책실력이 자신만만한 탓인지 소통방식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내거는 ‘사회공공체제’의 내용이 북유럽체제와 다른 게 별로 없는데 굳이 사회공공체제를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사회주의의 지속가능성을 검증하는 이행기체제’라고 규정하는 것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는 “이게 당 강령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다”고 했는데, 정작 재벌과 관련해 당 강령에 “총수의 지분을 강제 환수한다”는 내용이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정책, 특히 경제정책으로 당내 후보를 선출한다면 심 후보가 유망하다. 하지만 다른 자질이 더 중요하게 여겨져 결과가 달리 나오더라도 당과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심 후보가 할 일은 너무 많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한 가지만 주문하기로 하자. 최말단 서민인 성매매 여성들이 국회 앞에서 50일간 농성할 때 심 후보는 그 현장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서민의 삶에 당이 더 가까이 가는 데도 그가 앞장섰으면 한다. 김기원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장(방송대 교수·경제학) ■ 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남북 동시 발전 ‘평화경제론’눈길
외교정책 추진전략 체계화 덜돼 심상정 경선후보에게도 외교정책의 기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심 후보는 네 가지의 과제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호혜적 국제경제관계’의 모색이다. 서민을 경제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의 주체로 만드는 서민경제론에 기초한 국제협력의 추진이다. 둘째, ‘반전·평화국가’의 위상을 분명히 하는 평화외교의 추구다. 셋째, ‘윤리·환경외교’의 실천이다. 양극화 해소와 생태친화적 발전을 위한 국제적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사회적 아시아’의 실현이다. 아시아 시민의 사회적 권리가 보장되는 경제통합체를 건설하려는 기획이다. 사회적 아시아 기획에는, 아시아 물류·에너지 네트워크의 구축 및 아시아 통화협력체의 건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심 후보의 외교정책 기조에 조응하는 한반도 차원의 기획이 ‘한반도 평화경제론’이다.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평화국가의 지향과 사회적 권리가 보장되는 경제공동체 구상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대북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심 후보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위해 한국의 선도적 군축과 남북의 상호군축 그리고 한미동맹의 점진적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여느 진보진영의 구상과 다를 바 없다. ▶심상정 후보 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TAGSTORY3%%] 그러나 심 후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반도 경제 발전을 위한 구상을 한반도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연계하고 있다. 미국형 자유무역협정이 강대국과 초국적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는 구상이라면, 심 후보의 ‘한반도 호혜경제협정’은 한반도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체제를 지향하는 경제협력의 모형이다. 즉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남북 모두에서 사회적 공공성이 확대되는 정치경제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즉 남북 모두의 체제전환을 추구한다. 북의 일방적인 체제전환만을 고려하는 대북정책과의 차이다. 한반도 평화경제론에서 사기업보다 공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심 후보는, 경제적 개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적극적 대안 제시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남북관계에서도 사회적 차원이 고려된 경제협력의 모형을 만들려 하고 있다. 심 후보의 공약에서는 실현가능한 ‘진보적’ 외교정책의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군사적 문제와 경제통상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외교정책, 국제적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사회적 아시아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공간적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두 지역정책의 제도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와 추진전략이 체계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리고 심 후보의 주장이 진보진영 내부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구갑우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북한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