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상경해 민주당 김두관 예비 후보 선거캠프에서 40여일째 사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종필씨.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6개월 사이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다. 다이어트를 계획했다면 대성공이다. 한종필(39)씨는 닳아빠진 신발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신발이 닳아가는 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한씨는 민주신당 김두관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지난달 서울로 왔다. 집을 나설 때 아내가 챙겨준 신발 두 켤레 중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40여일 만에 이미 가죽이 다 해졌다.
한씨는 마침 전업을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광주의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던 가게도 접었다. 애지중지 키우고 있던 야생화까지 팔아 장애인단체에 후원금으로 냈다. 주변에서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뭐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말렸지만, 그는 올 한 해를 대통령 선거운동 자원봉사에 쓰기로 마음 먹었다. 15년 넘게 사진관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살려 예비후보의 일정을 쫒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을 한다. 처음에는 그의 행보를 두고 주변에서는 말이 많았다. “후보한테 잘 보이려고 오버해서 일하는 거 아니냐”거나 “앞으로 잘 되면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저런다”는 얘기가 한씨 귀에까지 들렸다.
한씨는 “억울하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그런 ‘오해’를 할 만하다.
‘생업’ 접고 선거 자원봉사하는 한종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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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원봉사 하며 배운 것 많아”
그가 생업까지 접고 선거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정치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고졸에다 내세울 것도 없지만, 보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잘 이끌 만한 사람을 찾아서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오전 9시께 캠프 사무실에 나와서 매일 후보의 일정을 좇아 사진을 찍고, 편집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게 한씨의 몫이다.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가지만 선거 캠페인을 하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겁다. 경선 준비에 앞서 후보가 100일 동안 전국을 도는 캠페인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한씨는 “얻는 게 참 많았다”고 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항상 가게 주인으로 행세를 하다가 캠프 안에서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참고, 기다리는 법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경선이 시작될 때부터 주저없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선뜻 나섰다. 선거 캠페인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살냄새 나는 ‘작품 사진’보다는 밋밋하고 획일적인 ‘선거 홍보용 사진’이 더 환영받는다는 거다.
그는 평소 꽃을 말리고 볶아서 꽃차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걸 즐긴다. 서울로 오면서 꽃차는 꼭 12월까지 마실 분량만 챙겨왔다.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광주로 돌아가 전통찻집을 열 수 있도록 가게 터도 미리 정해뒀다. 한씨는 후보의 행보가 자신의 믿음에 어긋나거나, 캠프의 선거 캠페인에 동의하지 않으면 언제든 짐을 쌀 준비가 돼있다.
2001년께 한씨네는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고 구체적 준비까지 했었다. 하지만 투자이민 자금이 부족해 포기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만큼 이 사회가 어디로 갈지가 중요하다”고 믿는 이씨는 오늘도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훌륭한 선장을 뽑아 새 희망을 일구는 데 벽돌 하나 보태는 마음으로. 〈한겨레〉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사진·영상/ 영상미디어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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