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서 전화 자원봉사를 하는 이명선씨.
민노당 권영길 캠프 ‘전화 자원봉사’ 이명선씨
한 청소년단체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명선(27)씨는 늦은 여름이 돼서야 휴가를 냈다. 3주씩이나. 해외 배낭여행을 갈 요량도 아니고, 성형수술을 하려는 ‘야심찬’ 계획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씨는 휴가 첫날부터 내내 사무실에 앉아 하루 200통씩 전화를 건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줄기차게 전화를 걸어 입이 닳도록 선거 참여를 독려한다. 이씨는 여름휴가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 2003년부터 민노당 당원으로 활동해온 이씨는 휴가를 포기하고 민노당 경선 자원봉사에 뛰어들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면 무슨 상관이냐는 말씀 하시는 분들 보면 안타깝죠. 얼마나 중요한데요. 적극적으로 경선에 참여하라고 당권자들을 설득하고 있어요.”
이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1년 뒤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청소년단체 교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청소년 인권문제와 관련된 정책에 지지를 보내다 2003년 민노당에 가입했다. 당비도 한 달에 1만원씩 꼬박꼬박 냈다. 사회변혁에 대한 ‘관심’을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청소년단체에서 늘 10대들과 부대끼다가 처음으로 ‘정치판’을 접해본 탓에 이씨에게는 분위기부터가 낯설었다. “조직들이 참 치밀하게 움직이는 데 놀랐다”고 했다. 이씨가 맡은 일은 당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경선참여를 독려하는 일이다. 전화를 받는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낮에 전화를 하면 대부분 직장에서 일하는 당권자들이 많아 통화가 어려울 때도 많지만 친절하게 응대해 주는 편이다. 더 많은 이들과 대화를 하려면 주말에 더 분발해야 한다.
매일 10시간 넘게 200통 가까운 전화를 하다보면, 저녁 무렵에는 피로가 몰려오고 목소리도 갈라진다. 그래도 의외로 얻는 게 많다. “전화 하면서 정말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정치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고, 그런 사람들의 진지함과 진정성이 전해져서 힘을 얻게 됩니다.”
“고생스럽지만, 우리 사회 걱정하고 고민하는 사람과의 소통 보람”
통화를 시작할 때는 ‘대본’대로 말문을 트지만, 당권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진지한 토론이 되기 일쑤다.
신바람나게 일을 하다가도 이씨는 당내 경선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나올 때마다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른다. 여러 당권자들의 우려처럼 ‘혹시 당내 경선의 갈등이 이후에 봉합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한 마음 때문이다. 이씨는 경선에서의 치열한 경쟁도 좋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갈리지 않고 함께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씨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대학생, 사회단체 활동가들도 같은 마음이란다.
경선이 끝나면 이씨는 일터로 돌아간다. 이후 대선 과정에 또 참여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중의 마음을 얻어서 힘없는 이들의 편에 설 수 있는 후보자가 뽑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놨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고생스럽지만, 우리 사회 걱정하고 고민하는 사람과의 소통 보람”
매일 10시간씩 200통 가까운 전화통화를 하는 이명선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