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일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합당 지도부 회의에서 만나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민주신당 정체성’ 비판과 향변
“반한나라 구도서 어떻게 합쳐도 마찬가지”
“반한나라 구도서 어떻게 합쳐도 마찬가지”
대통합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을 흡수통합해 143석의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서게 되면서 새삼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범여권의 숱한 이합집산을 통해 민주신당이 출범했지만 열린우리당과 비교해 달라진 게 뭐냐는 것이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의 주요 근거는 국회의원의 인적 구성이다. 민주신당 의원 143명 가운데 불과 4명만이 열린우리당 당적을 지닌 적이 없는 ‘순수 혈통’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올해 초부터 4차례의 집단탈당을 통해 열린우리당을 등졌지만 ‘열린우리당 출신’이라는 당적은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어 “열린우리당으로 도로 원위치 하느라고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했느냐”며 “국민의 눈을 속이고 우롱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통합의 파트너였던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순도 98%의 열린우리당을 복원하는 데에 민주당이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신당 쪽은 “민주당이나 국민중심당 의원들을 모두 끌어들여도 결국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화된 요인이 있는데, 국회의원 숫자를 근거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이념이 확연히 다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면 애초부터 통합의 인적 대상이 협소한 데다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해 어떤 통합을 해도 국회의원 분포에서는 열린우리당 우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적 구성을 보면 열린우리당 출신이 아닌 사람이 더 많다. 당의 얼굴인 오충일 대표는 시민·사회세력 출신이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여서 대표의 권한이 열린우리당 시절보다 막강하다. 최고위원도 현재까지 선임된 5명 가운데 3명(정균환·양길승·김상희)이 열린우리당 바깥에서 왔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민주당 출신이다. 대의기구인 중앙위 위원 400명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85명 뿐이다. 절반인 200명을 시민·사회쪽에 배분했고 나머지는 민주당과 손학규 전 지사의 선진평화연대 쪽에 할애했다.
당의 이념과 정책을 담은 강령은 열린우리당, 민주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민주, 평화, 통합과 함께 환경을 4대 기본가치에 담은 점이 눈에 띈다. 우상호 대변인은 “뿌리가 같고 정책과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을 통합의 대상으로 했으니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의 강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을 운영하는 기본 규범인 당헌·당규는 열린우리당과 상당히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종이당원’, ‘유령당원’ 논란을 빚은 기간당원제를 골간으로 삼았지만 민주신당은 ‘봉사당원제’를 도입하고 일반당원들의 선거참여 기회를 크게 확대했다. 전반적으로 당원자격을 완화하고 당의 문턱을 낮췄다. 지도체제도 열린우리당이 채택했던 당 의장과 원내대표의 ‘2톱 시스템’이 의사결정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따라 사실상의 원톱체제인 단일성집단체제로 바꿨다. 의결기구도 최고위원회의와 중앙위원회의 2단계에서 3단계로 늘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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