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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손의 과거’ 청산 논란

등록 2007-06-26 19:23수정 2007-06-27 14:55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과거행적 관련 최근 발언
6월항쟁때 영국 체류 · 한나라 행적 싸고
범여권 “자기고백 필요”-“불필요” 술렁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으로 진입하면서 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정통성’ 논란이 물밑에서 일고 있다. 이런 논란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던 지난 3월부터 기독교운동 진영 등 재야와 범여권 내부에서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논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1980년 5월과 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결정적 고비에 손 전 지사가 영국에 가 있었다는 ‘현장 부재’에서 출발한다. 손 전 지사는 80년 5·18 광주항쟁 직전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86년 1월 귀국해 재야 활동을 하다 87년 1월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떠났다.

둘째 문제는 손 전 지사 자신의 말대로 “(15년간) 한나라당에서 ‘단물’ 다 빼먹고 (대선 후보가) 안 될 것 같으니 나왔다는 비난”, 즉 ‘단물론’이다. 손 전 지사는 93년 집권 민자당에 입당해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치며 대변인,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를 지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에서 범여권으로 넘어오는 ‘통과의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열린우리당 탈당파의 한 의원은 “손 전 지사가 여러 차례 ‘전비’를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뭘 어떻게 잘못했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힌 적은 없지 않으냐”며 “지금에라도 확실한 언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 전 지사의 기독교 운동 선배인 김상근(68) 목사는 “손 전 지사가 (영국에) 나가 있던 지난 시기에 그의 동지들은 고통 속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왜 외국에 나갔고, 뭘 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탈당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동지들이나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해성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진정성을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는 절차는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2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6월항쟁을 기록하다>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이 자리에 와서 참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6월항쟁 6·29선언 당시, 그 감격적인 때에 저는 그 자리에 없었던 점, 두고두고 아마 회한으로 남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자들이 저를 범여권 후보로 분류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놓고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이것저것 변명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더이상 문제 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 정도면 됐다는 기류도 범여권과 시민사회 진영엔 있다. 지난 25일 손 전 지사 진영에 합류한 조정식 의원은 “어느 정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손 전 지사의 교계 선배인 오충일(67) 목사는 “학생운동 경력부터 지금까지를 죽 훑어볼 때 그 사람(손 전 지사)은 결국 민주개혁 평화세력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며 “손 전 지사 본인도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알고 있고, 그걸 의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국민에게 성명서를 낸 정도로 충분하다”고 평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손학규 전 지사 문답

“누구는 빼는 통합돼선 안돼
과거? 세세한 논의 개의치 않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6일 범여권 합류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범여권 참여 자체가 대통합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는 빼고 누구는 빠지는 통합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며 일부의 ‘친노 세력 배제론’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나라당에서 보낸 15년 행적에 대해 자기고백이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과연 당신이 여권이냐,’ ‘여권 출신도 아닌데 무슨 범여권을 얘기하냐’는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세세한 논의에 개의치 않고 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제 능력과 노력이 부족해서 이루지 못했던 것은 솔직하고 겸허하게 인정한다. 누가 묻거나 말거나 그런 데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논리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안한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대한 생각은?

=김 전 의장의 진정성을 믿고, 김 전 의장이 대통합에 대해 가진 비전과 신념을 믿는다. (김 전 의장이) 국민에게 의견을 물어 현명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 의견에 동참하고 같이 나아갈 것이다.

-범여권에 합류해서 무엇을 기여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내가 참여한 것이, 결코 뒷짐 지고 있는 게 아니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첫번째라고 생각한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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