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맨 오른쪽)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25일 서울 영등포동 중앙당사에 열린 비상회의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jongsoo@hani.co.kr
대국민 호소문 발표
독선’ ‘오만’…자기반성
거듭 ‘거대야당 견제론’
독선’ ‘오만’…자기반성
거듭 ‘거대야당 견제론’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를 6일 앞둔 25일 비상 총회를 열고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주요 당직자 긴급회의’에는 의원 110여명과 당직자, 고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의원들이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팽개치고 모여야 할만큼 다급한 처지다. 참석자들은 가슴에 ‘싹쓸이를 막아주세요’라고 적힌 노란 리본을 달았다. “백약이 무효”라는 허탈함과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비장함이 뒤섞여, 회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염동연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초단체장 230곳 가운데 승리가 확실시되는 곳은 몇 군데 안 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독선’, ‘오만’, ‘아집’ 등 뼈아픈 자기 진단도 내놓았다. 한 초선 의원은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은 ‘거대 야당 견제론’을 거듭 제기했다. 정동영 의장은 인사말에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며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면, 지방자치 11년 역사가 후퇴하고, 이는 민주평화세력의 위기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대한 위기”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가 당의 존립마저 좌우할 수 있다는 위기감 탓인지,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이나 선거 이후 정국에 대한 얘기는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지도부 책임론도 나오지 않았다. 조세형 전 주일대사와 임채정·배기선 의원 등 중진들이 나서서 “무서운 것은 패배가 아니라 좌절”이라며 당내 결속을 독려했다. 한 재선 의원은 “쓰나미 같은 위기 앞에서 우리끼리 갑론을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선거가 끝나면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장 밖에서는 ‘대연합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그것(대연합론)보다는 국민들의 질책을 받아들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초선 의원은 “선거 이후를 겨냥해 민주대연합론을 제기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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