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성정당 방지법이 실효성이 없으니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건 ‘유체이탈’ 화법이다. 김영란법이 실효성 없으니 뇌물 청탁을 받겠다거나, 직장 내 괴롭힘이 실효성 없으니 괴롭히겠다는 말과 같다.”(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할 게 아니라 위성정당을 창당할 필요가 없는 선거제를 택하면 된다.”(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21일, 4개월 만에 재가동한 법안심사2소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날 선 설전을 벌였다.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12월12일)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선거제 개편 논의가 꽉 막힌 가운데, 야당이 위성정당 방지법 논의를 요구하자 여당이 ‘위성정당이 발생하지 않는 병립형 비례제도로 회귀하자’고 맞받은 것이다.
애초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절차 개편·여성정치 확대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던 이날 소위는 민주당 의원들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안건으로 추가하자고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에서 “민주당은 반드시 위성정당을 다뤄야 한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반대해 안건 합의가 안 됐다고 보고받았다”며 “위성정당만큼은 방지해야 한다. 꼼수고, 상식파괴, 후진국 정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20년 총선부터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칠 때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를 사수해야 한다며,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김상훈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정개특위 2소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 논의가 필요 없는 제도로 돌아가면 된다’며 ‘병립형 비례제’(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제도) 회귀를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여야 양당 지도부의 사전 협의와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를 거쳐 지역구는 소선거구, 비례대표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하는 안을 각 당 의원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이미 ‘병립형 비례제’에 합의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가) 추인받았고 민주당은 (당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두 달 반이 넘도록 민주당 당내 조율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간 설전은 1시간가량의 비공개회의 뒤 의원들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김상훈 위원장은 (국민의힘·민주당) 간사 간 소선거구제로 하고 병립형 비례제로 한다고 해서 (민주당 입장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협의는 있었지만 합의된 바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여야간 논쟁은 ‘산식’ 논란으로 이어졌다.
김상훈 의원은 “준연동형제로 만들어진 산식을 알고 있나”, “국회의원도 모르는 산식을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발끈했다. 준연동형제로 도출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복잡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허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그거 알 필요 없다. 국민들이 산식 알고 투표하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허 의원은 이 발언 탓에 논란이 이어지자 정개특위 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허 의원은 이날 밤 입장문을 내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깊이 사과드린다”며 “제 진의는 민의가 제대로 표출되기 위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의 몫이지, 국민 개개인에게 선거제도의 복잡한 산식까지 이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허 의원은 “이 시간부로 정개특위 위원에서 물러나겠다. 제 부적절한 표현으로 정치개혁과 선거제 개편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당의 노력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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