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윤심’ 논란에 갈등을 노출해 온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만나 봉합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42분동안 비공개로 면담했다.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만난 건 지난달 23일 인 위원장이 취임한 지 25일 만이다. 김 대표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날 면담은 “혁신위 출범과 그간 활동내용의 취지, 활동 상황에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양한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과거와 달리 성공적인 (혁신위) 모델을 만들고 활동해줘 감사하다. 향후에도 혁신위의 아이디어를 계속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인 위원장은 “당과 의회정치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당에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면담에선 이들의 갈등을 촉발한 ‘윤 대통령 쪽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틀 전 인 위원장의 발언은 거론되지 않았다. 양쪽 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갈등 확산을 막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태도가 달라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홍이 다시 불붙을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면담에서 “인 위원장이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가진 일부 혁신위원들의 말씀도 전달했다”며 “혁신위가 의결한 안건 등은 좀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대표는 “혁신위 제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에는 (논의) 절차와 논의기구를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5살 미만 청년 50% 비례대표 당선권 우선 배정’ 등을 담은 혁신위 3호 건의안을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결정할 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의결하지 않은 바 있다. 이는 지난 인 위원장과 혁신위가 김 대표를 겨냥해 거듭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데 “급발진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인 위원장도 면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하시는 분들 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국민이 변화를 원한다”며 “우리가(혁신위가) 이렇게 밀고 나가는 건 국민이 우리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변화를 하려고 지금 좀 힘든 길을 걷고 있는데, 꿋꿋하게 뚜벅뚜벅 걸어나갈 거다. 변함 없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 영남 중진,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를 거둘 의사가 없다고 못박은 셈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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