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 중진, 친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돌발적으로 불거진 ‘윤심’ 논란이 당내 분란을 키우는 양상으로 번지자, 두 사람은 17일 만나 갈등설 잠재우기에 나선다.
김기현 대표는 16일 작심한 듯 인 위원장을 공격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뭐 궁금한 게 있느냐”며 먼저 운을 뗀 뒤, “혁신위도 당 공식 기구 중 하나고, 혁신위가 제안한 여러가지 발전적 대안은 존중하고 잘 논의되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다만,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인요한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쪽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총선 지휘권은 당 지도부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 등 혁신위가 자신에게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것을 두고도 “당대표의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이날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45살 미만 청년 50% 비례대표 당선권 우선 배정’ 등을 담은 혁신위 3호 건의안을 의결하지 않았다. 회의 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김 대표가 혁신위에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인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대표의 발언을 놓고 “신문도 방송도 안 본다. 나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오신환 혁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임기가) 12월24일까지라는데 그렇게까지 길게 가고 싶은 마음은 개인적으로 없다”며 혁신안 거부 시 ‘혁신위 조기 해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인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면담은 김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전을 자제하고 안정을 모색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양쪽의 감정이 격앙되긴 했으나, 김 대표가 혁신안을 끝까지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거나 인 위원장이 ‘아내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호언장담과 달리 중도하차할 경우 어느 쪽도 내상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한편, 혁신위는 17일 ‘대통령실 참모의 총선 전략공천 배제’ 등을 4호 안건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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