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 다선 의원 수도권 출마’에 이어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를 띄우고 나섰다. 이에 해당하는 의원들은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여, 이후 논의가 공식화할 경우 집단적 반발도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인 위원장이 ‘쇄신’하겠다면서도 핵심 문제인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것을 두고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 위원장은 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구청장도 세번 이상 못 한다”며 “이게 파장이 커서 조심스러운데, 국회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세번을 하고 다른 지역구로 옮기든지 하는 매우 많은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3선 이상을 한 인기 있고 노련한 분이면, 자신의 지역구를 바꿀 수 있는 옵션도 주는 등 여러 방안을 묶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말한 조건에 해당되는 사람은 김기현 당대표(울산 남을·4선),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3선)와 주호영(대구 수성갑·5선), 장제원(부산 사상·3선), 박대출(경남 진주갑·3선) 의원 등 영남권 10여명이다. 인 위원장이 기존에 ‘서울로 와야 한다’고 말했던 영남권 중진들과 사실상 중복된다.
여기 해당하는 한 의원은 “지역에서도 다선을 만들어 지역 현안을 해결해보자는 정서로 표를 주는 경우가 많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데이터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의논을 해야 하지, (이런 식은) 내년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해당 의원도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혁신위가 이를 공식화할 경우, 당사자들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안건으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제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영남 물갈이론 외에도 ‘당내 통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 위원장은 10월31일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난 데 이어 이준석 전 당대표와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대통령실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사무실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국민이) 17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여러 실정에 대해 총체적으로 실망한 것 같은데 인 위원장의 진단이 뭐였냐. ‘당에 쓴 약을 먹이겠다’했다”며 “지금 국민들은 당이 아니라 딴 데 불만이 있는데 왜 당에 쓴 약을 먹이나. 그건 정확하게 용산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온갖 난리를 치면서 저를 (당대표에서) 쫓아내려고 했던 거고, 그다음부터 1년 반 동안 사람을 린치한 거 아니냐”며 “그러다 ‘강서 보궐선거 (참패 뒤) 죽겠구나’ 싶으니까 ‘100만원 줄 테니까 합의해라, 안 하면 네가 속 좁은 놈이다’ 이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인 위원장이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바꾸겠다’고 했는데, 와이프와 아이가 문제인데 본질을 놔두고 왜 자꾸 주변만 바꾸자고 하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르면 2일 공천 룰 등을 논의할 총선기획단과 새 인물을 발굴하는 인재영입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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