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쏟아지는 ‘맹탕’ 비판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하기 전 “이번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두고, ‘숫자가 없는 맹탕’이라거나 ‘선거를 앞둔 몸 사리기’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7일 보건복지부가 수급개시 연령 조정이나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구체적인 수치가 빠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한 뒤, 시민단체와 야권에선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지적을 부인하며 “지난 정부는 연금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없이 4개 대안을 제출해 갈등만 초래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러한 전철을 반복하지 않고,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왔다”며 전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목표치를 조합한 4가지 구체적 조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계획안엔 수치 자체가 아예 빠져 혼란이 커지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들과 80여 차례 회의를 통해 재정추계와 수리 검증 등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다. 24번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꼼꼼히 경청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일반 국민 의견을 조사했다”고 ‘착실한 준비’의 근거를 댔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까지 충실하게 준비한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운영계획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다”며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체 연금제도 구조 개혁 논의를 위한 풍부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윤 대통령은 또 “연금 개혁은 법률 개정으로 완성되는 만큼, 정부는 국회의 개혁방안 마련 과정과 공론화 추진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연금개혁의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과거 정부들과 달리, 연금 개혁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행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국민 의견조사, 선택할 방안의 제시 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이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어떤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알맹이 없는 내용들을 짜깁기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 공약을 파기한 데 이어, 연금개혁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사실상 연금개혁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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