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왼쪽부터)·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 이준석 대표, 윤석열·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021년 10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와이티엔(YTN)뉴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제6차 토론회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6달 앞둔 국민의힘 안에서 ‘신당’이 ‘혁신’에 버금가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윤계 투톱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나란히 12월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당 창당을 위해) 준비하거나 움직이고 있진 않지만, 신당창당을 옵션에서 지울 필요가 없다”며 “12월까지 (창당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 주변에서 도는 대구 지역 무소속 출마론에 관해서는 “그렇게 의미축소를 하려고 하는데 대구로 나가는 건 언제든지 판단할 수 있다. 저는 그것보다는 다른 옵션(선택)들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당연히 (신당 창당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이 이준석이 신당을 만들면 무슨 ‘20대 남성 정당’ 이런 거 생각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지분 싸움하려고 대선 전에 합당하려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신당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가까운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신당 창당 여부를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신당 가지고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2월 신당 창당 가능성은 유승민 전 의원도 언급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2월쯤 (국민의힘을)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결정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변화 여부를 본 뒤 신당 창당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신당 창당이 관심을 끄는 것은 두 사람이 일정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과 지지층을 지녔기 때문이다. ‘개혁 보수’를 주장해온 유 전 의원은 중도 보수층의 지지가 있다. 그는 2021년 11월 치러진 당내 대선 경선에서 7.5%의 지지로 3위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 역시 2030 남성층에 영향력이 있다. 내년 4월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인 데다, ‘유승민, 이준석 신당’이 현실화하면 서울 수도권 등 박빙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불리하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유-이 연대는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이 전 대표는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유 전 의원과 함께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적어도 제가 유승민 의원님과 상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 의원 역시 이 대표와의 제휴에는 부정적이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두 사람을 포용해 신당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 적지 않다.
영남 초선 의원은 “두 사람이 신당을 차리면 그건 그냥 다 죽자는 얘기”라며 “혁신위에서 어떻게든 이 두 사람에게 손 내밀어 내년 총선까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여권의 조그마한 분열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안다. 함께 가야 한다”며 이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도 전날 당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 전 대표를 서울, 유 전 의원을 경기 선대본부장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윤계는 특별한 언급 없이 마뜩잖다는 태도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의 변화 여부가 신당 창당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이 수직적 당-대통령실 관계를 개선하고, 김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를 바탕으로 변화를 추진한다면 ‘유, 이 신당’은 창당 명분이 적어진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고, 30% 초중반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할 경우 두 달 반 뒤 신당 창당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집권 여당인데도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당이 위기라는 거다. 지금 이대로 총선 치를 수 없다고 보니까 이런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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