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통령실이 20일 자녀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의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21일 시작되는 중동 순방 일정에서도 배제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오늘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며 “대통령실은 즉각 해당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를 위해 내일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수행단에서 해당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등학교 3학년인 김 비서관 딸이 같은 학교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리코더, 주먹 등으로 머리와 얼굴, 눈, 팔 등을 때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학교폭력 의혹을 공개 제기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강제 전학을 요구했지만 학교폭력 심의에서 실효성이 없는 학급교체 처분 결정이 내려졌고, 이 과정에서 김 비서관의 부인이 윤 대통령과 김 비서관이 함께 찍은 사진을 개인 에스엔에스(SNS) 프로필 사진에 올려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부모가 누구인지 인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국감 질의를 통해 해당 사건을 인지했고 김 비서관이 직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것이 있는지, 처신이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비서관의 소명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해당 비서관 입장도 있지만, 학교·상대 학생·학부모 입장도 있으니 종합적으로 보고 난 다음에 말씀드리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했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 부부의 각종 국내외 행사를 밀착해서 보좌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 관계자는 순방 일정 진행과 관련해서는 “(외교부) 의전장이 의전비서관을 대신해 순방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직원들이 협력해서 공백을 메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비서관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후임으로 지난 4월 임명됐다. 이벤트 대행회사 대표 출신인 그는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다닌 인연이 알려져 있다. 대선 경선 캠프, 당 선거대책본부 등을 거쳐 정부 출범부터 의전비서관실에서 일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