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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강서구 보선 압승에 몸 낮춘 민주당 “당의 승리 아니다”

등록 2023-10-12 17:24수정 2023-10-13 15:01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자세를 낮추며 표정 관리에 들어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회복했다며 승리에 들뜨기보다는, 정권 심판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민심을 바탕으로 ‘민생’과 ‘혁신’을 내세워 당 쇄신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보궐선거 성적표를 총선까지 가져가기 위해선, 당내 표출된 계파 갈등 통합 문제부터 풀어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승리를 두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통했다면서도 ‘자성론’을 함께 꺼내 들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2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자 새로운 강서구를 바라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총리의 해임, 법무부 장관의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동시에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구민들이)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혁신을 이끈 정당답게 실종된 정치 바로 세우는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정 폭주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며 “국민의 삶에 들어가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서울 한복판에서 두자릿수 득표율 차이의 대승을 거뒀음에도 몸을 한껏 낮추는 건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정작 본 게임인 총선에서 패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9대 총선의 전초전이었던 2011년 4월 재·보선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경기 성남을에서 이기는 등 승리를 거뒀음에도, 정작 2012년 총선에서는 계파갈등 등의 내홍을 겪으며 127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비명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승리에) 도취해 ‘이재명 체제로 이겼으니 이 상태로 내년 총선도 압승’이라고 생각하면 쇠몽둥이가 날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이 직면한 과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불거진 당 통합 문제다. 보궐선거 압승으로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 자명해진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당 내홍이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이로 인해 친이재명계 일각과 강성 당원 사이에서는 가결파 징계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응징보단 통합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이 대표가 보궐선거일 밤 11시께 진교훈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낸 메시지도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겠다”였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보궐선거까지 잘 치른 상황에서 비명계 색출을 나서는 건 자책골을 넣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들에게는 자신이 싫어하는 인사를 배척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똑같이 비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사퇴한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의 후임자 지명을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 체제 구축을 위해 친명계 의원을 지명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 반면, 지역과 성별 등의 조건을 고려해 당내 ‘통합’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이자 충청권 인사인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 지명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지역과 성별, 원외 등 조건을 가지고 적합한 인사를 찾고 있고, 이 대표와의 사적 친분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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