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번째)가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 유세 중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1일 밤 11시를 지나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압승이 사실상 확정되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작동했다’며 한껏 고무됐다. 이재명 대표의 입지 역시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 안에선 ‘이번 승리가 내년 총선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강서구에 마련한 진 후보 캠프 상황실에 총집결해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개표 초반 득표율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보다 두 배가량 앞서는 등 줄곧 진 후보가 앞서면서 상황실은 들뜬 분위기였다. 밤 11시30분께 진 후보가 상황실로 들어서자 지도부와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진 후보는 “상식의 승리, 원칙의,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그간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구정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을 20개 조로 나눠 상가와 골목을 누비는 저인망식 유세를 벌이는 등 구청장 보궐선거로는 이례적으로 당력을 쏟아부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의 전초전으로 삼으려는 안간힘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5일 공개한 영상에서 “이번 선거는 무능한 정권의 폭정과 실정을 멈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 일주일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이번 승리로 정권 심판론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총선 승리로 나아갈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한 당직자는 “강서구는 20대부터 70대까지 인구 구성이 비교적 다양하고, 충청·호남 등 출신 지역 배경도 복합적”이라며 “민주당으로서는 지역·세대 가리지 않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 정도가 만만치 않음을 입증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사실상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게 성과다. 이 대표는 진교훈 후보 출마를 반대한 지도부 일부 의원들을 직접 설득했고, 단식 뒤 회복 치료 중이던 서울 녹색병원에서 지난 9일 퇴원한 뒤엔 곧장 유세 현장으로 향했을 정도로 강서구청장 선거에 공을 들여왔다. 이 때문에 당 안에선 “‘이재명’ 간판으로도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속영장 기각 뒤 비교적 안정된 이 대표 체제가 더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주류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은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으로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서 오히려 (이번 승리가) 총선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았던 사전투표율(22.64%)과 달리, 최종 투표율이 48.7%로 50%에도 못 미쳐 최근 다른 선거보다 낮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지지층이 더 결집해서 나온 결과고, 여야 모두 싫다는 부동층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대목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임재우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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