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교권 보호 4법 개정 계기 현장 교원과의 대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에 대한 임명 강행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마저 임명할 태세다.
윤 대통령은 휴일이었음에도 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10일 예정된 두 부처 국정감사가 임명 명분이었다. 이 가운데 신 후보자는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18번째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안 돼도 대통령 참모인 장관은 인사권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결정적 하자나 범법행위가 드러난 게 아닌 ‘감정적인’ 청문회였는데 어떻게 낙마시키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 도중 자료 제출 문제를 두고 야당 의원과 공방을 벌이다 중도 퇴장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두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김 후보자는) 장관이 아니라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이 밖에도 ‘주식 파킹’ 의혹 등으로 여당에서조차 임명은 무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태다. 국민의힘 지도부 소속 의원은 “계속 구설에 오를 바엔 장관을 공석으로 두고, 차관 대행 체제로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은 극한 대립 정치의 부산물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없이 34명의 장관급 인사가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10명, 이명박 정부 때는 17명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 속도는 이전 정부와 견줄 수 없을 정도다. 정권 출범 1년5개월 만에 이미 18명째다.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 형식을 통해 야당의 반대를 수용한 장관급 후보자는 임기 초인 지난해 7월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마지막이다. 송 후보자는 성희롱 논란 속에 사퇴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도 줄이는 추세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신원식 장관을 포함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이틀 만에 다시 송부해달라고 요청했고, 불응하자 바로 임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간을 길게 준다고 (국회가) 합의해올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는 취임 뒤 한차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지 않고, 야당 등 비판 세력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국민 눈높이와 야당 의견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 방식이 인사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 합의 결과와 관계없이 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해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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