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위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사라지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지난 9월13일 후보자 지명 이후 김 후보자을 둘러싼 다섯 가지 논란의 장면을 짚어본다.
① “여가부,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
김 후보자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여가부 존폐와 관련해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퇴장)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드라마틱하게 엑시트’라는 표현이 ‘빠르게 폐지’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 이건 정치 일정하고 맞물려 있다”며 “정책을 효율적으로 하고, 우리 여가부 공무원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행복하게 엑시트하겠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 김 후보자는 “저희 젊었을 때, 제가 양성평등진흥원장 시절에는 분명히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는 남성이, 다른 분야에서는 여성이 차별받기도 한다”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젠더 갈등이 된다”고 말했다.
②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
김 후보자는 지명 초반부터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서 “저는 70년대 학번이고 여사님은 70년대생인데,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김 후보자가 창업한 소셜미디어 ‘위키트리’와 김건희 여사가 설립한 코바나컨텐츠가 수차례 전시회를 공동주최·주관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전시회 주최 기간을 포함해 2019년까지 “위키트리를 떠나있었다”고 해명했으나, 2016년부터 현재까지 위키트리의 부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위키트리로부터 연 수천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도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지적이 나오자 “제가 언론과 정당, 정치권에서 거의 40년을 활동했는데, 어떻게 (김건희) 여사가 저를 픽업해서 이 자리에 가져다 놨다고 하느냐”며 “ 저는 사실 김건희 여사를 몰랐다”고 재차 반박했다.
③ 소셜뉴스 주식 파킹에 배임 의혹까지
김 후보자는 2013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뒤 소셜뉴스(온라인 매체 위키트리 운영사)의 주식을 처분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러자 소셜뉴스 주식의 가족 보유분을 시누이와 배우자의 친구에게 매각했다가 2018년께 되산 사실이 알려져 ‘주식 파킹(주식을 제삼자에게 맡김)’ 논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는 관련 의혹이 계속되자 지난달 20일 나흘간 진행되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고 친분 있는 이들에게 매각한 이유로 회사의 경영 악화를 들었다. 그는 “그때 (소셜뉴스의) 적자가 13억원이라 (소셜뉴스의 주식을) 사줄 사람이 없었다. 제가 백지신탁을 하면 회사가 없어지는 상황이었다”며 “지금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한 2019년 ‘소셜뉴스’와 ‘소셜홀딩스’(소셜뉴스 지주회사)의 경영권을 공동창업자로부터 인수하며, 퇴직금과 고문료를 공동창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정산 대금 일부를 지급하는 등 회삿돈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권 확보 대금으로 법인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배임 등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여당 의원과 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④ 여성혐오 기사 비판에 “이게 언론 현실”
김 후보자가 창업한 온라인 매체 위키트리의 성차별, 2차 가해 기사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싫어요 207번 외쳤으나 제자에게 몹쓸 짓 한 60대 교수’, ‘30대 남성 집들이한 후 정말 파렴치한 짓 저질렀다’ 등 성폭력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표현을 기사 제목에 쓰거나 ‘소속사가 여자 연습생에게 속바지 벗고 사진 보내라’ 등 2차 가해 표현이 여럿 발견됐다.
문제가 된 기사에는 ‘김행 기자’가 직접 쓴 것으로 표기된 기사들도 있다. ‘김행 기자’는 2012년 7월 ‘여성학 A+ 답안지, 뭐라고 썼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성은 시간×돈이고, 결국 여자가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이유 베스트 10'이라는 기사에는 “결론은 하나, 예뻐야”라고 썼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열린 플랫폼에서 닫힌 플랫폼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2만 3000여명의 시민 기자 계정을 없앴고, 당시 트래픽이 높았던 많은 기사가 기존 임직원의 계정으로 분산됐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혐오장사로 주식을 79배 급등시켜 100억대 주식 재벌이 됐다’는 지적에 “저도 부끄럽다”면서도 “이게 현재 대한민국 언론 현실”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했다.
⑤ ‘청문회 엑시트’ 후 돌아오지 않은 김행
지난 5일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집단 퇴장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앞서 자료 제출을 놓고 야당 의원과 김 후보자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인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이 “그런 식으로 태도를 유지하면 본인이 사퇴를 하든가”라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며 김 후보자와 함께 회의장에서 나가려 했다. 청문회장이 아수라장이 되자 권 위원장은 10시50분께 10분간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과 돌아오지 않았다. 여성가족위원회는 다음날인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를 계속하려 했으나, 김 후보자와 국민의힘이 불참해 또 다시 파행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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