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1988년 정기승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뒤 이어져온 대법원장 공백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일 시작하는 국정감사와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둔 가운데, 여야는 사법부 수장 공백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며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총투표수 295표 가운데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가결 요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총 168명 중 167명 표결 참석)과 정의당(6명 전원 참석)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사법부 독립을 지키고 고위공직자로서 직무 수행하는 데 능력·자질 면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는 의견 수렴을 거쳐 당론 부결을 제안·결정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자율투표’가 아닌 ‘당론’으로 부결 표결에 나선 데 대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자격없음을 선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법부 수장 공백’보다 ‘부적격자 임명 저지’가 우선이라는 분명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가결’ 당론을 정해 표결에 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건 1988년 정기승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대법원장 공백으로 치면, 1993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했던 김덕주 전 대법원장 이후 30년 만이다.
민주당은 부결을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고 밝혔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애초에 국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후보를 보냈어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두번째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법부 공백의 모든 책임은 엉터리 인사검증과 무책임한 추천을 한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적었다.
여당은 “이재명 방탄용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직후 국회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해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개인적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며 “사법부 공백을 장기화시키겠다는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정치재판에 기생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도 야당을 비판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 피해자는 국민이고 따라서 이는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결 배경에 이재명 대표의 재판 상황이 고려됐다고 보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새 후보자를 선택해 국회에 다시 임명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법부 공백을 메우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임자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새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준 절차 등을 고려하면 대법원장 공백은 최소 1~2개월은 이어질 전망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