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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타협 아닌 타도’ 1년5개월…총선 넘어 대선까지 극한 대치 가능성

등록 2023-09-19 05:00수정 2023-09-19 16:42

여야는 어떻게 강 대 강 수렁에 빠졌나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1년 반을 이어오던 여야 극단 대치와 갈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과 검찰의 두번째 구속영장 청구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형국이다. 서로에 대한 인식과 요구 조건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데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 무한 대결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극단의 대치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상당한 1차적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신승한 뒤 그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껏 단 한차례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피의자(이 대표)와 무슨 회담을 하느냐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임에도, 윤 대통령은 오히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적개심을 대놓고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열아흐레 넘게 이어진 이 대표의 단식에도 공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정권의 ‘전사’가 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비판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싸우라. 싸우라고 그 자리에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개각에서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강성 인사들을 지명했다. 검찰과 감사원은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과 통계 조작 논란에 대대적인 수사와 감사를 벌이며 문재인 정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야당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며, 타협이 아닌 ‘타도 대상’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자생력이 없는 여당은 국회에서 완충 구실을 하지 못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일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에 관해 “치밀하게 계획된 1급 살인죄”라고 일컫고, 이 대표의 단식 초기인 지난 7일에는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 잘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리는 의원총회 시작 전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리는 의원총회 시작 전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내부 논쟁에 매몰된 채 정부·여당 견제에 당력을 집중하지 못했다. 대선 패배 뒤 5개월 만에 들어선 이재명 대표 체제는 ‘이태원 참사’ 관련 대응 과정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탄핵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투기 의혹’ 등에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그사이 강성 지지층의 입김은 더욱 강화했다. 민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가 남발된다’는 당 안팎 우려 속에서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수사 외압 특검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공영방송 이사 해임 △잼버리 파행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에 대해 ‘1특검 4국조’ 방침을 정했다.

문제는 여야의 대치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은 대립의 골을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중도로 지지층을 확장해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내년 총선까지 여야 의원들은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당내 공천도 받아야 하니 온건한 목소리가 살아남을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여야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협치가 되겠냐. 내년 총선뿐 아니라 대선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며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선거국면으로 정치가 치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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