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중 건강 악화로 18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광진구 녹색병원으로 옮기려 응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단식을 시작한 지 19일 만인데, 이 대표는 병상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오전 6시55분께 119 구급대와 의료진을 호출했다”며 “의식은 있지만, 약간의 섬망 증세를 보였다. 혈당이 크게 떨어져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 천막에 이어 지난 13일부터 국회 내 당대표실에서 단식을 해온 이 대표는 이날 오전 7시10분께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이 대표는 이후 오전 10시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옮겨졌다. 한민수 대변인은 “녹색병원은 단식 치료 경험이 있는 전문의들이 있고, 치료를 뒷받침할 시설이 완비된 병원”이라며 “의료진이 권유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이송 뒤 이 대표는 위급한 상황을 넘겼으나, 아직 기력을 회복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수액 치료 외엔 일절 음식을 섭취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한 대변인은 “이 대표가 병상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간 대표적인 정치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전두환 정권이 자신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가택에 감금하자 독재에 항거하는 뜻으로 단식 투쟁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구속 인사 석방과 해직 교수·노동자 복직 등 민주화를 위한 5가지 조처를 요구했다. 정부는 단식 8일째에 김 전 대통령을 서울대병원 특실에 강제 입원시켰으나, 김 전 대통령은 링거를 맞으며 도합 23일간 단식을 계속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단식으로 가택연금이 해제됐고, 이 단식은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화민주당 총재 때인 1990년, 단식 8일째에 탈수 증상과 함께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지방자치제의 전면 시행이었고, 단식 13일째 이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약속을 받은 뒤에야 단식을 풀었다.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두 전직 대통령의 단식은 명분이 뚜렷해 여론의 큰 공감을 받았고,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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