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19 군사합의를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자신의 12·12 군사 쿠데타 옹호 발언을 두고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과 역사적 평가를 존중한다”며 한발 뺐고,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그의 쿠데타 옹호, 극우 발언이 앞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념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 후보자는 15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 후보자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9·19 군사합의에 대해 “국방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반드시 폐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선언으로 남과 북이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12·12 쿠데타 옹호 발언에 대해서는 “제 말 앞뒤가 조금 편집돼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앞서 2019년 9월4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시는 그 공백기에 서울의 봄 일어나고, 그래서 당시에 (전두환씨 등은)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신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서 2019년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했던 것에 대한 질문도 여러차례 받았지만,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자신이 중대장으로 복무하던 1985년 10월, 경기도 포천 육군 8사단 21연대 2대대 공지합동훈련 중 박격포 오발탄을 맞고 숨진 ㄱ일병의 사인을 ‘불발탄 사고’로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투쟁을 통해 (의혹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신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으로서 ‘부적격 인사’라는 입장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 원외 지역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신 후보자는 청문회를 할 필요조차 없이 이미 부적격자”라며 “역사적 평가와 헌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실조차도 부정하는 아주 위험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신 후보자 지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의 극우적 발언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념 공방으로 번지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까지 다시 거론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신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내년 총선) 수도권 선거에 굉장히 마이너스인 후보자”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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