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러 국경지역의 러시아 하산역에서 내려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방러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제공. 하산역/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 거래와 군사기술 협력이 주된 의제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체제는 더욱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매체 아르비케이(RBK)는 김 위원장이 13일 푸틴 대통령과, 16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각각 회담할 예정이라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회담 장소로는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50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교도통신은 이날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12일 애초 회담 장소로 예상됐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북쪽으로 경로를 바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회담 장소로 미뤄볼 때 두 정상은 북한이 원하는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포함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핵추진 잠수함 기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과 8월24일 두차례 정찰위성을 쐈지만 모두 실패하고, 오는 10월 재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 쪽은 대신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부족한 포탄을 북한 쪽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북한 인사들의 면면은 북-러 무기 거래와 군사기술 협력에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보여준다. 수행단에는 북한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을 포함해 강순남 국방상으로 추정되는 인물,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공군사령관, 조춘룡 군수공업부장 등 군부 핵심들이 대거 들어갔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군부 인원을 대거 대동한 것을 고려할 때 무기 거래, 기술 이전과 관련된 협상이 진행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위반 사항이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러의 무기 거래 움직임에 여러차례 경고를 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표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안보리에서의 사안에 대한 프로세스도 (북-러 정상회담)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우리는 북한 동무들과 대북 유엔 제재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경고에는 관심이 없다. 북한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고가 아닌 양국의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