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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무기·식량·에너지 ‘위험한 거래’ 임박…대북 제재 전략 물거품 되나

등록 2023-09-08 08:00수정 2023-09-08 20:46

북 김정은-러 푸틴 정상회담 기정사실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3일부터 5일까지 대구경방사포탄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3일부터 5일까지 대구경방사포탄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북-러 정상회담 개최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제재 강화 전략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 봉쇄를 목표로 삼는 미국과 일본의 안보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나, 북-러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무기 거래까지 포함하는 밀착 관계로 향하며 구상이 꼬이는 형국이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29일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29일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기간(10∼13일)에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관해 “우리는 북한과 우리만의 관계를 맺고 있고 이 관계가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다른 국가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그들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러시아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북-러가 양국 정상의 2차 회담을 위해 조율을 하고 있다. 장소는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섬에 있는 대학(극동연방대)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도 지난 5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 기간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무기를 식량, 에너지와 함께 북-러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꼽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탓에 부족한 포탄을 북한에서 받는 대신, 핵·미사일과 위성 발사 기술과 북한이 부족한 식량·에너지 등을 북한에 주는 협상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엔에이치케이 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는 와중에 (김 위원장을 통해) 무기를 공급받는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극동에 있는 군 관련 시설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뉴욕타임스도 두 정상이 무기 거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월 북한 전승절 70돌 행사에 참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무기 박람회장을 찾았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예상대로 무기, 식량, 에너지 거래 합의에 이르면 윤석열 정부가 국제사회에 호소해온 대북 제재 공조에 틈이 생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이행을 강조하고, 러시아를 겨냥해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과 국경을 맞댄 러시아가 무기·식량·에너지 거래를 할 경우 윤 대통령의 주장은 무색해진다. 중국 봉쇄를 지상 목표로 삼는 미·일의 안보 전략에 동참하다가 정작 ‘대북 제재 강화’라는 정부 목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미·일 안보 밀착으로 인한 중·러의 반발과 북·중·러 관계 강화라는 부작용은 여러달 전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겨레에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무의미하게 될 공산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한·미·일이 더 강한 제재를 하고 이에 중-러가 다시 대응하는 국면이 펼쳐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러시아어)는 한겨레에 “미국이 고립시키고 싶어 하는 두 나라인 러시아와 북한이 서로 협력하는 꼴”이라며 “대북 압박에 러시아가 더는 동참할 가능성이 제로(0)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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