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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무차별 범죄’ 원인 제각각…‘묻지마 처벌’ 강화론 못 막아

등록 2023-08-08 19:17수정 2023-08-09 02:44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신림역에 이어 경기도 성남 서현역의 한 백화점에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른바 ‘무차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여론을 의식한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칫 사회적 낙인찍기나 처벌 만능주의가 되지 않도록 좀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범죄를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의 법안들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일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무차별 범죄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유 의원은 2021년 이 법안 제안설명에서 “무차별 범죄는 국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아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에 대한 증오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한 범죄’에 대해 2배까지 형을 가중해 처벌하는 내용의 특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런 유형의 범죄는 국민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차별 범죄 원인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를 일률적으로 평가해 처벌을 강화하는 ‘엄벌 만능주의식’ 접근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은 또래 남성을 향한 증오범죄 양상을 띠고,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은 정신질환에 대한 약물 투여를 중단한 상태에서 벌인 범죄란 점에서 쟁점이 다르다”며 “범죄 원인이 다 다르므로 이를 하나로 묶어서 볼 수 없고, 각각의 사건에 대한 원인 분석과 처방이 달라야 한다”고 했다. 2014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무차별 범죄 원인을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사회를 탓하는 ‘현실불만형’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정신장애형’ △폭력 성향 때문에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만성분노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무차별 범죄를 별도로 규정해 가중처벌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문위원들은 유정주 의원과 조경태 의원 등이 발의한 특가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양형 단계에서 범행의 동기 등을 참작하여 양형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들어, 무차별 범죄 가중처벌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위원들은 ‘무차별 범죄’라는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없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벌 강화 못지않게 교화와 재범 예방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과)는 “범죄자 처벌 강화 등도 중요하지만, 사회로 나가 재범하지 않도록 이들을 어떻게 교화시킬 수 있을지도 세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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