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는 “1계단(단계)는 표준탄도 비행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 비행 방식으로 설정”돼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 정점 고도 6648.4km, 거리 1001.2km, 4491s(1시간15분25초)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2차 시험발사를 하는 등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개발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북한은 고체연료 기술을 단거리탄도미사일에는 이미 적용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북한은 지난 2월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화성-18형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상당수 국내외 전문가들은 공개된 화성-18형이 실제 완성된 미사일이 아닌 실물 크기의 모형이라고 봤다. 지난 4월13일 화성-18형 1차 시험발사 뒤 우리 군당국은 “개발 중간 단계 시험발사”라며 “북한이 체계 개발 완성까지 이르기 위해선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4월 화성-18형 1차 시험발사 때는 최고 고도, 비행시간, 비행거리를 전혀 밝히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최대 사거리 발사와 안정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하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1차 발사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최대 정점 고도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이 6648.4㎞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1차 발사 때 정점 고도 3000㎞ 미만(한국 추정)과 견줘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이는 엔진 추력이 높아진 결과다.
북한은 전반적인 체계 성능과 신뢰성·안정성을 확인·검증·제고하는 차원에서 화성-18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화성-18형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내년 중에는 초도 생산과 전력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서 언급한 5대 과업 중 하나다.
연료 주입이 필요 없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의 신속성과 은밀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해 사전 타격하는 한국형 킬체인 작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은 화성-18형을 1·2차 모두 “1계단은 표준탄도 비행 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 방식으로 발사”했다. 이를 두고 설정된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 요구되는 속도에 도달하기 전까지 탄도미사일이 비행 궤도를 변경하면서 탑재된 추진제를 완전히 소모하는 ‘에너지 관리 조종기법’(GEMS)을 개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이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18형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한·미 미사일방어체계의 탐지·추적·요격을 회피하거나 어렵게 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고각이 아닌 정상 궤도로 쐈을 때 검증할 수 있다”고 말해, 북한이 무기체계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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