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군의 대북 정찰활동을 비난해온 북한이 12일 오전 동해상으로 석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였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등이 지난 10·11일 미국 공군 정찰기의 동해상 정찰 비행을 두고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격추 가능성을 경고한 직후 대미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강력한 대응”을 언급하며 국제 공조를 강조해, 한반도 긴장 또한 고조되는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정보탐지 능력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북한 탄도미사일의 비행시간과 최고 고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오전 11시13분께 한반도 동쪽 약 550㎞ 해상에 떨어졌으며 최고 고도는 6000㎞’라고 밝혔다. 고각 발사의 경우에는 최고 고도의 2~3배를 정상 비행거리로 추정하므로, 이날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을 경우 1만5000㎞가량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든다는 의미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4번째다. 앞서 북한은 △2월18일 ICBM 화성-15형 △3월16일 ICBM 화성-17형 △4월13일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 화성-18형을 쏘았다. 다만 이날 발사된 탄도미사일 기종을 두고는 분석이 갈린다. 지난해 11월18일 발사된 화성-17형의 최고 고도가 6049㎞였고, 지난 4월13일 발사된 고체연료 화성-18형의 최고 고도가 3000㎞라는 점에서, 최고 고도로 판단하면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행 궤적과 로켓 단 분리 형태를 보면 지난 4월13일 발사된 화성-18형과 닮았다고 한다. 당시 화성-18형은 1단의 경우 정상 각도로 비행 뒤 분리됐고, 2·3단은 정상 각도보다 높은 고각 방식으로 분리됐다. 이날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7형이 아니라, 기습 발사 능력이 강점인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8형을 고도 6000㎞로 끌어올렸다면,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낌새를 파악해 사전에 파괴하겠다는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인 ‘킬 체인’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오는 27일 정전협정일(북한 전승절)을 앞두고 북한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제 공조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대응과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미 간 그리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취할 군사·외교적 조치를 차질 없이 실시하기 바란다”고 참모진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은 글로벌 안보협력을 논의하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진 것”이라고 환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곳 빌뉴스는 물론이거니와 파리, 베를린, 런던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우리는 더욱 강력히 연대하여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참가국 정상들에게 강조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빌뉴스/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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