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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절차 어기며 ‘승인’ 처리 해놓고…“시스템 규정” 탓하는 감사원

등록 2023-06-22 06:00수정 2023-06-22 10:45

전현희 감사보고서 결재조작 의혹 파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5월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권익위 감사와 관련한 본인 입장을 직접 소명하는 대심에 출석하기 앞서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5월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권익위 감사와 관련한 본인 입장을 직접 소명하는 대심에 출석하기 앞서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를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열람하지 않았는데도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승인’한 것으로 처리했다는 <한겨레> 보도(21일치 1면 ‘전현희 감사보고서 ‘결재 조작’ 의혹’ 참조)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21일 “전 정부 인사를 찍어내기 위해 위법과 조작을 서슴없이 저질렀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박성준 대변인)이라며 감사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산 시스템이 현행 규정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감사원의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조 위원이 읽지 않은 보고서를 임의로 ‘승인’ 처리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전산 시스템상 주심 위원의 열람이 ‘결재와 동일한 방식’인 것처럼 구현(버튼 클릭)되어 있는 등 현행 규정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결재 조작 의혹은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열람이 결재 형식으로 처리되는 시스템이 틀렸다고 한 것이다. 원래 전자문서시스템상 최종 보고서는 사무총장 결재 뒤 감사위원이 ‘열람’을 클릭하면 결재 내역에 ‘결재완료’로, ‘반려’를 누르면 ‘결재반려’로 등록되는 구조다. “주심 위원 열람은 결재가 아니”라는 게 감사원의 주장인데, 그러면서도 감사원은 조 위원이 보고서를 읽고 결재한 것처럼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승인’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최종 결재권자가 사무총장이라면, 조 위원이 열람하지 않은 감사 결과 시행을 위해 전례가 없는 ‘승인’ 처리를 할 필요도 없다.
감사원 전경.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감사원 전경.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무총장이 감사 결과의 최종 결재권자라는 사무처의 설명은 감사원 내규와 차이가 있다. 감사원 사무처 ‘위임 전결 규정’ 4조를 보면, 사무총장은 감사 결과 처리의 “위임전결권자”다.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는 감사위원회의(감사위)지만, 회의체가 결재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므로 사무총장에게 이를 위임했다는 뜻이다. 즉, 감사위 합의 없이는 사무총장의 결재 권한이 발생할 수 없고, 감사 결과를 시행하려면 사무총장이 결재를 했더라도 감사위의 최종 확인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 66조가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고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받아 시행한다”고 규정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 전직 감사위원은 “보고서가 수정 의결되면 주심 위원 책임하에 열람을 거치는데, 이는 수정 사항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사무처가 수정한 보고서를 감사위원이 읽어보는 것만으로 끝이라면, 사무처가 마음대로 감사 결과를 내도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사무처는 <한겨레>에 “이 사안은 주심 위원이 (수정본을 문서로) 열람을 다 하고도 클릭을 거부했다는 게 본질”이라며 “조만간 이 내용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의 누군가는 주심 위원이 결재 시스템에서 열람 처리한 적도 없는 문서를 임의로 승인 절차를 거쳐 공개하도록 지시를 한 것인데, 최재해 감사원장이냐, 유병호 사무총장이냐”며 “감사원부터 감사나 수사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 문제를 따져 물을 방침이다. 또 감사원 사무처가 22일까지 전 위원장 보고서가 의결된 지난 1일 감사위 전체회의 녹음 파일을 제출하겠다고 답변하지 않으면, 감사원을 방문해 녹음 파일 재생을 직접 요구할 계획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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