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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표적 감사’ 의혹에 전산 조작 논란까지…감사원 사무처의 전횡

등록 2023-06-21 05:00수정 2023-06-22 17:00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입구.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입구.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 9일 공개된 감사원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는, 내용적으론 지난해 감사 착수 당시부터 제기됐던 전임 정부 인사 ‘표적 감사’ 의혹에 다시 불을 붙이는 동시에, 최종 보고서로 확정되고 공개되는 과정의 ‘전산 조작’ 의혹에 부닥치면서 절차적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해 8월, 감사원 사무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유병호 사무총장)며 전 위원장 감사에 착수했다. 사무처가 통보한 전 위원장의 비위 혐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수사 관련 유권해석 보도자료 허위 작성·배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권해석 관련 직원에게 국회 허위 답변 강요 △감사 방해 △출퇴근 미준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중징계 받은 간부의 탄원서 제출 등 9건이다. 사무처는 전 위원장 ‘개인 주의’와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를 통보하라는 의견을 감사위원회의에 제시했다.

그런데 사무처는 지난 5월31일, 이 가운데 보도자료 허위 작성·배포, 출퇴근 미준수, 탄원서 제출 3건만 권익위 ‘기관 주의’ 조처를 해달라고 감사위원회의(감사위)에 요청했다. 감사를 벌인 사무처 스스로 처분 대상을 대폭 줄이고 그 수위도 낮춘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 안건을 받아든 감사위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재해 감사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 6명 만장일치로 탄원서 제출은 ‘기관 주의’, 다른 2건은 책임을 묻지 않기로 의결했다. 그 대신 혐의와 관련한 실태는 보고서에 기재하기로 했다. 이런 결과가 지난 9일 공개되자, 야당에선 전 정부 인사를 겨냥한 ‘표적 감사’ ‘맹탕 감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27일까지다.

1일 감사위의 의결은 사무처가 올린 의견을 ‘수정의결’한 것이다. 감사원 예규인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 66조는, 감사위의 수정의결이 있을 경우 “변경 의결된 내용을 기안하고 (중략)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고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받아 시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위원장 사건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은 지난 12일 감사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최종 보고서 ‘열람’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한겨레> 취재 결과, 현재 감사원 전자문서시스템엔 이 보고서가 조 위원이 ‘승인’한 것으로 처리돼 있다. 조 위원이 열람하지도 않은 문서가 ‘승인’돼, 그 내용이 시행·공개된 셈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감사원은 20일 <한겨레>에 “현행 규정상 감사위 의결 이후 감사 보고서 최종 결재 권한은 사무총장에게 있고, 주심위원 ‘열람’은 결재 절차가 아니다. 감사위에서 변경 의결한 내용에 따라 수정한 보고서를 주심위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수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배포했고, 감사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들이 충분히 열람했다”며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실제로 감사위는 1일·7일·9일 세차례 감사위의 수정 의견을 담은 수정본을 만들어 감사위에 제출했다. 문제는 ‘열람’의 의미다.

감사원법 12조 1항에 따라 사무처가 실시한 감사 결과의 최종 평가와 의결은 감사위의 고유 권한이고, 감사원 역시 감사위를 “감사 결과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설명한다. 열람이 결재라는 조항이 없더라도, 내용상 감사위의 최종 확인이 있어야 감사 결과 시행 등 추후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의 감사사무 처리 규정을 봐도, 의결 사항이 감사위에서 수정돼 사무총장이 결재를 하더라도 시행이 되려면 감사위원의 열람이라는 확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한 전직 감사위원은 “보통, 사무처에서 최종 보고서를 시스템에 올리면 주심 위원이 ‘열람’ 버튼을 눌러준 뒤 보고서 시행이 이뤄진다. 만약 주심위원이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사무처에서 결재를 마쳐달라는 연락을 따로 받기도 한다”며 “열람은 단순히 보고서를 읽었다는 게 아니다. 감사위원 결재 없이 보고서 시행이 가능하다면, 전산상 열람 기능도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감사원은 전자정부법 및 ‘행정효율과 협업촉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안·결재 등 모든 문서 처리를 전자문서시스템으로 하기 때문에 열람 역시 전자문서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감사사무 처리 규정 66조의 기안·결재·열람 과정은 모두 전자문서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권익위에 전달된 보고서도, 정부의 업무 처리 전산 시스템인 ‘온나라 시스템’을 통한 전자문서였다.

조 위원이 열람하지 않은 전 위원장 감사 보고서가 전자문서시스템에 ‘승인’ 단계로 등록된 것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으면 감사 내용 시행 등 추후 조처가 불가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심인 조 위원이 열람도 반려도 하지 않은 보고서의 결재 상태가 ‘승인’으로 변경된 것은, 전산 처리 관련 법률 위반부터 공개된 보고서의 법적 효력까지 모두 따져 책임자를 가려내야 할 사안이다. 결재 상태 조작은 전자정부법 벌칙조항에 따른 행정정보 위조에 해당할 수 있고, 공전자기록 위작·변작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전자정부법상 행정정보를 위조 또는 변경하거나 공무원의 전자기록 등을 위작하면 모두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을 정도로 책임을 무겁게 본다. 위법하게 공개된 보고서는 또한 법적 효력이 없는 허위 공문서에 해당할 수 있다. 전산을 조작하거나 조작을 지시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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