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확대회의에 참석하며 김형동 노동개혁특위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강온 양면의 노동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에는 적대 방침을 유지하되, 한국노총은 적극 끌어당기는 ‘갈라치기’가 그 뼈대다.
여권의 이런 전략은 지난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대통령실의 노동개혁특위 확대회의 내용에서 거듭 확인된다. 이 회의에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이 수석은 “총선을 앞두고 표 관리를 해야 하는 시점에 당이 노동개혁을 추진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참석자 다수는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복귀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경사노위는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가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이지만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반발해 불참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윤 원내대표는 “대선 지지 여부를 떠나 한국노총과 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은 정부 쪽에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위한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 등의 명분 부여 검토를 요망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 회의 참석자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잘되도록 하려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파업 중인 노동자를 “사회주의자”로 칭하는 등 여러차례 반노동적인 발언을 해 노동계의 반감이 크다.
여권 고위층의 이런 움직임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우군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근로시간 개편안 등 윤석열식 노동개혁을 추진하려면 노동계 한축인 한국노총을 경사노위에 참여시켜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는 명분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회의에서는 민주노총에는 비타협, 배제 기조를 유지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인화성 높은 노동 정책은 서둘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당정은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 대책을 6월 말 발표하기로 했으나, 여론을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자가 실제 근무한 시간과 관계없이 매달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시간외 근무) 등을 정해두고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노동자들은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반발감이 크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정부 쪽에 “성급하게 발표하지 말고, 발표 전 반드시 (당에) 보고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장관은 “민주당이 (포괄임금제를) 간호법처럼 정쟁화해 정부 부담을 주지 않도록 (여당이) 방어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거센 비판을 받는 주 ‘최대 69시간(주 7일 기준 80.5시간) 노동제’ 사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는 “포괄임금제 탓에 기업을 악마화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 전략도 논의됐다. 한 참석자는 “‘노사법치’와 같은 경직된 단어보다 ‘노조 공공성 강화’ ‘노조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의 프레임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오고 갔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그러나 노동계 갈라치기 전략이 여권의 구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지난 31일 경찰이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시설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진압봉으로 때려 진압한 사건에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정부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이 회의에는 이정식 장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더 이상 현 정부에 대해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라며 “오는 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경사노위 공식 탈퇴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