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9일 “양당제가 다당제로 바뀌어야 지금처럼 서로를 악마화하는 것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국무위원이 국회에 와서 국회를 폄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여당도 같이 나무랐다”며 여야가 당파에 치우치지말고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국회 권위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친윤석열계 국민의힘 의원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의 8번째 강연자로 나선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정치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지금은 기호 1, 2번이 아니면 안 되는 생태계를 갖고 있으니 양당이 서로 기호 1번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따로 정당을 만들어서라도 생존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꽃밭(각 당의 우세지역)에서 당선된 분들은 (소선거구제가) 더 좋을지 몰라도 같은 당 험지에서 뛰신 분들을 감안해서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 기호 1, 2번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를 없애고 3, 4, 5번을 달고도 나갈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주시면 밥그릇 싸움을 이렇게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아울러 “(과거에는) 적어도 삼권분립 관계에서 행정부 국무위원이 국회를 존중하지 않으면 여당 의원들도 국무위원을 나무랐다. 그런데 요새는 그런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국회에 출석할 때마 야당 의원들을 공격적인 태도로 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의 거친 태도를 여당 의원이라고 일방적으로 두둔해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사무총장은 취임 1년이 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형사 피의자라도 만났어야 한다”며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병석 당시 의장이 낸 검찰개혁법 중재안을 수용해서 의원총회가 추인까지 한 걸 (정부가) 뒤집었다. 저는 이게 대통령실이 제일 잘못한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의원총회에서 추인까지 한 합의안을 번복시키느냐. 그때 큰일 났구나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