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4월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3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 직후 비판 여론이 높아질 당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한-일 관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보좌진에게 말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 녹취가 1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태 최고위원은 관련 발언을 한 것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발언 내용을 놓고서는 “이진복 수석은 한-일 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수석 역시 “태 최고위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방송>(MBC)은 이날 태 최고위원이 3월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놓고 “오늘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더불어)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에 대해)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된다’고 이 수석이 얘기했다”고 말한 음성 녹취를 보도했다.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이런 말을 할 당시는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던 때였다. 녹취 내용에는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이 수석이)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으로) 있는 기간(에)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발언)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보고가)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한 대목도 담겨 있다.
보도가 나오자 태 최고위원은 과장이 섞인 발언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보좌진 사이의 지극히 공무상 비밀인 회의 내용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진복 수석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8 전당대회 다음날 태 최고위원이) 인사를 왔다. (제주)4·3 문제에 대해 앞으로 신경 써서 (얘기)해달라는 정도의 얘기만 하고, 축하한다고 얘기하고 간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수석은 “한-일 관계 얘기는 전혀 없었고, 정무수석이 공천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무슨 공천 얘기를 했겠는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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